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3-10-20 16:51:45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손정현 SCK컴퍼니 대표이사가 취임 1주년을 앞뒀다.
SCK컴퍼니는 스타벅스를 운영하고 있다.
▲ 손정현 SCK컴퍼니 대표이사가 1년 동안 스타벅스를 무난하게 이끌어 왔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수익성 개선에 대한 고민은 깊을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가 1년 동안 스타벅스를 무난하게 이끌어 왔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수익성 개선에 대한 손 대표의 고민은 깊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유통업계에서는 손 대표가 취임 2년째부터는 수익성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CK컴퍼니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56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5.6%가 줄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손 대표의 전략은 곳곳에서 읽힌다.
SCK컴퍼니가 수익성 악화 이유로 들고 있는 원가부담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스타벅스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목적지 매장인 ‘더매장’에 힘을 주는 전략이다.
목적지 매장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러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 콘셉트를 즐기러 방문하는 매장이다.
SCK컴퍼니 영업이익률은 10% 안팎이다. 커피 업종에서 영업이익을 늘리려면 고객을 많이 끌어모아 매출을 높여야 한다. 업종 특성상 할인 행사 등이 자주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모션을 줄이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충성고객’이 많은 스타벅스는 목적지 매장을 통해 고객을 불러들여 매출을 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SCK컴퍼니에 따르면 더제주송당파크R점은 문을 연지 4일 만에 1만 명이 넘는 고객이 매장을 방문했다. 더여수돌산DT점은 오픈 10일 만에 방문고객 수 2만 명을 돌파했다.
목적지 매장들의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일반 매장과 비교해 3배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손 대표는 특화매장인 ‘더매장’을 목적지 매장으로 통일시키기 위한 재편 작업도 진행했다.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스타벅스=커피’라는 인식을 ‘공간을 즐기러 찾아가는 스타벅스’로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목적지 매장으로 운영되는 더양평DTR점, 더북한강R점, 더북한산점, 더여수돌산DT점, 더제주송당파크R점 등 5개 매장에만 이름 앞에 ‘더’를 붙이고 종로R점과 해운대R점에서는 ‘더’를 뗐다.
SCK컴퍼니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구체적인 오픈 일정이 정해진 목적지 매장은 없지만 앞으로 목적지 매장을 포함한 특화 매장이 많아질 것이다”며 “목적지 매장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매장 등도 준비해 고객들을 끌어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 더제주송당파크R점은 ‘첫 리저브 전용 매장’이자 목적지 매장이다. SCK컴퍼니에 따르면 더제주송당파크R점은 문을 연지 4일 만에 1만 명이 넘는 고객이 매장을 방문했다.
손 대표는 ‘첫 리저브 전용 매장’도 내놨다. 더제주송당파크R점은 목적지 매장이자 리저브 전용 매장이다.
더제주송당파크R점에서는 일반 매장에서 파는 음료들을 판매하지 않는다. 더제주송당파크R점에서 제공되는 모든 커피 및 음료는 스타벅스 리저브 브랜드 콘셉트로만 구성됐다.
리저브 메뉴는 일반 메뉴보다 비싼 가격이 매겨진다.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리저브 메뉴가 1500원 더 비싸다.
SCK컴퍼니 관계자는 “리저브 원두는 일반 원두와 비교해 훨씬 더 비싸기 때문에 마진이 어느 정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리저브 매장에 고객들이 몰리면 SCK컴퍼니 전체 실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리저브 전용 매장에 고객이 몰리면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리저브 전용 매장과 목적지 매장을 합친 첫 시도가 유의미한 실적으로 이어진다면 앞으로 두 매장의 콜라보레이션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CK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2조5939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9.6% 증가한 1조389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하반기 매출이 더 많았던 만큼 올해는 매출 3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손 대표는 2015년 신세계아이앤씨에 상무로 영입됐는데 4년가량 IT사업부장을 맡으면서 신세계그룹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20년 신세계아이앤씨 대표까지 올랐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을 졸업해 SK텔레콤 얼라이언스&인베스트먼트팀과 SK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 전담조직인 G&G추진단을 거쳤다.
1968년생으로 글로벌 트렌드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 대표는 신세계아이앤씨 대표 시절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부터 SCK컴퍼니를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서머 캐리백’ 사태로 물러난 송호섭 SCK컴퍼니 전 대표이사의 뒤를 이어 스타벅스가 어려운 어려운 시기에 취임했다.
1년 동안 SCK컴퍼니를 이끌면서 서머 캐리백 사태 같은 큰 논란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 7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작위로 입력해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고객 90여 명의 충전금 800만 원을 도용한 사건이 있었다. SCK컴퍼니는 피해 고객 모두에게 충전금을 보전해주며 사과했다.
10월12일에는 스타벅스앱을 통한 주문시스템인 사이렌오더가 ‘먹통’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료 사이즈업 쿠폰을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출근시간대에 몰리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스타벅스 충성 고객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손 대표는 취임 후 첫 출근을 국내 스타벅스 1호점인 ‘이대R점’으로 했을 만큼 현장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평소에도 혼자서 지방 매장을 돌며 파트너들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제주를 방문해 제주지역 점장들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손 대표에 대한 평가 가운데 과감한 결단력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는 인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손 대표가 취임한 직후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는데 새벽에 곧바로 매장 메뉴판을 내리라고 지시했다”며 “할로윈 프로모션으로 꾸며진 메뉴판을 아무 준비 없이 내리는 바람에 1주일 동안 메뉴판 없이 영업을 한 매장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