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장비 자급률 62%로 상승, 미국 수출규제 뒤 자립체제 구축 성과

▲ 중국 반도체장비 시장에서 자국 기업의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지만 노광장비 등 분야에서는 아직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 SMIC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반도체장비 시장에서 자국 기업의 점유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의 수출규제 조치가 본격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로이터는 19일 “중국 반도체장비 기업들이 미국 정부 주도로 이뤄진 규제 강화에 수주 물량을 늘리며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 파운드리 업체에서 주로 사들이던 외국산 반도체장비 물량을 AMEC 등 중국 기업들이 대체해 공급하며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중국 화타이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7~8월 중국 반도체장비 시장에서 자국 기업 점유율이 62%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3~4월 점유율이 36.3%에 그친 것과 비교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올해 1~8월 중국 반도체장비 기업들의 점유율은 47.25%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유도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규제 강화 가능성이 논의될 때부터 자국 반도체장비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비용을 적극 지원하며 육성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를 통해 SMIC와 화훙반도체 등 중국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장비 물량을 자국 기업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조사기관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상위 10개 반도체장비 제조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이 일부 영역에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 미국 장비기업과 경쟁할 만한 기술력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네덜란드 ASML이 주도하는 반도체 노광장비와 같은 분야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기술 격차를 좁히기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투자기관 화이트오크캐피털은 로이터를 통해 “중국 현지 장비업체들은 여전히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모든 장비를 공급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일도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