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우리 경제의 미래를 떠받치는 첨단산업에 빠질 수 없는 동반자들이 있다.
클린룸이 그런 분야 가운데 하나다.
생화학적 오염에 취약한 소재나 작고 정교한 정밀부품을 다루는 첨단산업 현장에서는 작은 먼지 하나도 치명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데 클린룸 기술이 그러한 위협을 방지해줄 수 있다.
최근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고 국가별로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거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클린룸을 만드는 특수공조기업의 일거리도 늘어나고 있다.
클린룸이란 필터를 이용해 공기 중에 떠있는 먼지 등 입자를 일정수준 이하로 통제해주는 생산환경을 말한다.
병원 수술실에서나 쓰이던 용어를 이제 전자, 에너지, 주거, 식품, 바이오, 뷰티 어디에서든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클린룸 고객들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고객의 생산공정의 특성을 이해해야 품질이 보장되고 공사기간도 단축되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손발을 맞춰온 신성이엔지와 케이앤솔이 주목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성이엔지는 국내 최대 클린룸 기업이다. 1977년 냉동설비를 만드는 회사로 사업을 시작해 1980년대 반도체용 특수공조업에 뛰어들었다.
먼지제거에 필요한 팬필터(FFU)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세계 수요의 60%를 독차지했으며 다양한 특수공조 장비를 만들고 현장에 시공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특수공조업계의 새로운 먹거리 드라이룸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기업이기도 하다. 드라이룸 시장에서도 3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이룸은 수분에 민감한 2차전지 소재들을 보호하기 위해 습도를 극단적으로 낮춘 생산환경이다.
신성이엔지는 2022년 휘몰아친 반도체와 2차전지 설비 확충 움직임에 힘입어 5956억 원의 수주를 따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삼성전자 텍사스 반도체공장의 클린룸 설비를 공급하는 회사가 신성이엔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이엔지는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배터리공장의 클린룸 파트너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케이앤솔(구 원방테크)은 1989년 설립된 특수공조기업이다. 신성이엔지 등과 함께 국내 대기업 클린룸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케이앤솔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직접분무식 수가습시스템(PMS)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외부 공기를 정화해 시설 내부로 공급하는 외조기(OAC)는 국내시장의 70%를 차지했다.
2019년 구조물 내부 바닥면으로부터 1.5m 모듈 단위로 클린룸을 조립하는 모듈화공법을 개발해 빠른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클린룸 수주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기도 하다.
케이앤솔은 2022년 5400억원 규모의 클린룸 관련 수주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에는 미국 켄터키에 지어질 SK온과 포드의 합작공장에 케이엔솔이 드라이룸 설비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반도체 배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클린룸에 경쟁력을 갖춘 우리 특수공조기업에도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