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2023년 3분기 ‘조 단위 영업이익’을 회복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기술우위를 지켜오던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경쟁자들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위기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실적 회복에도 긴장, 경쟁사 추격에 메모리 기술우위 유지 고심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기술우위’를 지킬 방안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선제적으로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 양산해 일각에서 나오는 걱정을 해소시키고 내년부터 시작될 반도체 호황에서 실적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23년 3분기 영업이익 2조4천억 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둔 것을 두고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작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부문별 실적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DS(반도체)부문은 약 3조7천억~3조8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DS부문이 2023년 2분기 4조361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적자규모가 약 6천억~7천억 원 정도 줄어든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DS부문이 2024년 2분기쯤이면 영업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계현 사장은 여전히 고민이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지켜오던 '초격차(결코 따라올 수 없는 격차)' 전략이 경쟁업체들에게 위협받으면서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분야는 HBM(고대역폭 메모리)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큰폭으로 향상시킨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다.

HBM은 세대별로 HBM(1세대), HBM2(2세대), HBM2E(3세대), HBM3(4세대)로 나뉜다. SK하이닉스가 HBM3을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해 엔비디아와 AMD에 공급하는 데 성공하며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D램 경쟁력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비교해 2년 정도 기술이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공정 발전단계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으며 경쟁사가 더 우위에 있는 측면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에서도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가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먼저 개발했다고 발표하는 등 첨단 공정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경계현 사장도 공식석상에서 삼성전자와 경쟁사의 기술격차가 예전보다 좁혀졌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6월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말하며 ‘기술 초격차’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공정 난이도가 갈수록 상승하면서 삼성전자가 기술개발 속도를 더 높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위기감을 느낀 삼성전자는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실적 회복에도 긴장, 경쟁사 추격에 메모리 기술우위 유지 고심

▲ 삼성전자는 2023년 하반기 HBM3 양산을 시작하며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는 올해 7월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을 황상준 부사장으로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을 도모했다. 일부에서는 기존 D램 개발담당 임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였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황상준 부사장은 10일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문을 통해 “6세대 HBM 제품인 HBM4를 2025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며 HBM4에서 경쟁우위를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D램 공정 미세화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12월 ‘12나노(10나노 급 5세대) D램’ 개발에 성공해 올해 5월 양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가 올해 5월 10나노급 D램 개발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5개월 정도 빠른 것으로 파악된다. 마이크론은 2022년 10나노급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극자외선(EUV)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활용해 제품 성능이나 수율(완성품 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4년 양산하는 9세대 300단 이상 낸드플래시에도 ‘더블 스택’을 활용해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가 300단 이상 낸드플래시에서 ‘트리플 스택’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낸드플래시 적층 기술은 가장 아래 셀과 맨 위층에 있는 셀을 하나의 묶음으로 만든 싱글 스택에서 두 개의 묶음을 하나로 합친 더블 스택, 세 개를 묶은 트리플 스택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싱글 스택으로는 200단 이상을 쌓기가 힘들어 공정에 변화를 주는 것인데 더 많은 스택을 사용할수록 같은 공정을 더 많이 반복해야 하는 탓에 공정 효율성이 떨어진다. 즉 같은 높이의 낸드플래시여도 싱글 스택처럼 공정이 단순화될수록 비용을 줄이고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대한 공정을 줄여 생산성과 단가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업게에서 싱글 스택으로 128단까지 올린 유일한 기업이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삼성전자가 높은 생산력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HBM과 같은 신규 메모리 개발과 양산을 위한 집중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삼성그룹 콘트롤타워 변화와 특수관계인(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에 따른 수익성 위주 경영전략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