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 불투명, '삼성전자 잡는다' 큰소리 아직까진 공허

▲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 대규모 투자로 삼성전자를 제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지만 주요 고객사 윤곽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인텔이 내년부터 파운드리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뛰어넘고 글로벌 2위 기업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달성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 파운드리사업 성장에 핵심인 대형 고객사 확보 여부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텔의 파운드리사업 성공을 위한 전략에 핵심요소가 빠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길 고객사 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력을 앞세워 수주 성과를 자신하며 올해 안에 대형 고객사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연말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 인텔이 특별한 발표를 내놓지 않아 실적에 유의미하게 기여할 만한 핵심 고객사의 윤곽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인텔의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 한 곳의 고객사라도 공개하는 것이 주가를 방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인텔이 아직 고객사 확보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 해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게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장기간 침체기를 지나고 있는데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은 주요 시장에서 1위 기업인 TSMC의 독주체제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현재 엔비디아와 애플, AMD와 퀄컴 등 대형 반도체 설계기업의 주요 제품 위탁생산을 모두 담당하며 이들과 오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자연히 인텔과 같이 후발주자로 나선 기업이 단기간에 수주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팻 겔싱어는 인텔이 이미 대형 고객사 한 곳에서 막대한 선금을 받고 파운드리 주문을 수주했다는 발표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러나 아직 해당 고객사가 어느 곳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인텔의 반도체 매출은 여전히 TSMC와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파운드리에서 이들을 뛰어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도전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인텔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 불투명, '삼성전자 잡는다' 큰소리 아직까진 공허

▲ 인텔 미국 오하이오주 신규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인텔>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을 발표하며 이르면 내년 안에 삼성전자를 뛰어넘고 TSMC에 이은 글로벌 2위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주요 고객사 윤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러한 공격적인 목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팻 겔싱어 역시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선두기업을 추격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해 왔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첨단 공정기술 연구개발 및 반도체 생산설비 증설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실제 수주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인텔이 애플과 아마존, 엔비디아 등 시스템반도체 주요 경쟁기업을 설득해 고객사로 끌어들여야만 한다는 점도 숙제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인텔은 CPU와 GPU 등 자체 시스템반도체로 이러한 기업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경쟁사들 입장에서 인텔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일을 다소 꺼릴 수밖에 없다.

다만 블룸버그는 인텔이 여전히 파운드리 시장에서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공장이 모두 동아시아 지역에 밀집해 있는 만큼 고객사들 입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를 위해 대부분의 공장을 미국에서 운영하는 인텔을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이 향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파운드리 대형 고객사에 유력한 기업으로는 엔비디아와 AMD가 거론된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이미 인텔 파운드리 활용에 긍정적 시각을 보였고 AMD 역시 인텔과 협력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및 서버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빅테크 기업도 인텔과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맺을 만한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인텔이 이러한 고객사에서 수주하는 반도체 물량이 실제로 매출 증가에 의미있게 기여할 만한 수준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인텔이 상당한 금액을 들여 증설한 반도체 생산공장의 운명은 고객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며 “파운드리사업 성공은 인텔이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