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비주력 계열사를 잇달아 매각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부담한 이자가 1천400억 원이 넘자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CJ제일제당은 3분기 들어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연달아 매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냈던 알짜 계열사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매각의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CJ제일제당 비주력 계열사 잇단 매각 이유는, 최은석 재무구조 개선 고육지책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비핵심계열사를 잇따라 매각하면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11일 CJ제일제당은 최근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농축대두단백을 생산하는 계열사 CJ셀렉타 지분 66%를 4805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올해 7월 중국 내 식품을 제조하는 회사인 지상쥐 지분 60%를 3천억 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두 차례의 계열사 매각에서 CJ제일제당이 강조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지상쥐는 중국식 장류와 절임채소 등을 제조하고 있어 K푸드 중심의 식품 해외사업 전략과 동떨어진 기업이었다. CJ셀렉타의 농축대두단백은 양어 사료를 중심으로 쓰이는 것으로 바이오 사업부문 경쟁력 강화에 맞지 않았다. 

CJ셀렉타는 2022년까지만 해도 연매출 1조1320원, 순이익 1263억을 내던 알짜 회사였지만 올해 들어 상반기 매출 3740억 원, 순이익 154억 원으로 이익수준이 급감했다.

CJ제일제당은 2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CJ셀렉타의 주요 제품의 판매량과 판가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는데 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비주력 계열사를 자연스럽게 정리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CJ제일제당은 CJ셀렉타 매각 대금을 사업 경쟁력 강화에 쓰기로 했다. 구체적인 용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는 해외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지상쥐의 매각대금은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됐다.

최 대표가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투자자금 소요에 따른 재무 부담도 덜었다.

최 대표는 2021년 3월 CJ제일제당 대표이사로 부임한 뒤로 CJ제일제당의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컴퍼니 지분 19% 추가 취득 4900억 원 △LA레이커스와 비비고 브랜드 스폰서십 체결 1200억 원(추정치) △슈완스컴퍼니 피자공장 증설 1500억 원 등 식품 해외사업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브라질 아미노산 공장 증설 2700억 원(추정) △천랩(현 CJ바이오사이언스) 인수 983억 원 △바타이아바이오사이언스 인수 2630억 원 등의 바이오 부문 신사업을 위한 투자도 실시했다. 

향후 CJ바이오사이언스, 바타비아바이오 등 바이오 사업 해외 계열사 및 미국 현지 냉동식품 제조 계열사 슈완스컴퍼니 등에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기반 신약 개발 기업이며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다.

구정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CJ바이오사이언스는 다수의 파이프라인 임상 및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개발성과가 나타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바타비아바이오는 증설, 인증, 수주물량 확보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야 본격적으로 이익 기여가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슈완스컴퍼니는 미국 캔자스주에 생산공장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물류센터를 확장하고 있다. 이곳은 완공 이후 슈완스컴퍼니의 냉동피자 제품과 함께 K푸드 제품의 미국 내 유통기지가 된다.
 
CJ제일제당 비주력 계열사 잇단 매각 이유는, 최은석 재무구조 개선 고육지책

▲ CJ제일제당의 미국 식품제조 계열사 슈완스컴퍼니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캔자스주에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이곳은 슈완스의 제품 뿐 아니라 CJ제일제당 비비고 제품의 북미 유통기지 역할을 하게된다.


그동안 CJ제일제당이 실시한 투자는 해외사업에서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데 부채비율, 순차입금 등의 재무지표의 악화를 피할 수는 없었다.

CJ제일제당(CJ대한통운 제외)은 상반기 말 연결기준으로 순차입금 6조7850억 원, 부채비율 144%. 순차입금비율 75%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2020년 말과 비교해 순차입금은 60.5%가 늘고 부채비율은 13%포인트, 순차입금비율은 19%포인트가 뛴 것이다.

늘어난 차입금은 이자부담을 키우고 있다. CJ제일제당은(CJ대한통운 제외) 2022년 상반기까지 순이자비용으로 862억 원을 지불했으나 2023년 상반기에는 1402억 원까지 늘어났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보였지만 올해들어 한풀 꺾였다는 점도 최 대표가 의식하는 부분이다.  

CJ제일제당(대한통운 제외)의 이자·세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올해 상반기 8420억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8.6%가 줄었다. EBITDA마진율 역시 올해 상반기 9.5%로 지난해 상반기 3.7%포인트 감소하기도 했다.

결국 최 대표가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통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CJ제일제당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며 추가 재무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구정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달 6일 발간한 CJ그룹 신용분석 보고서에 “CJ그룹은 적절한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통제력을 확보하고 이익창출능력의 확대도 동반되는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고 평가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