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 회사가 연봉수준도 낮지 않고 기술력도 괜찮은 편인데 왜 이렇게 직원을 뽑기가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뿔 달린 도깨비들이 모여 있는 회사도 아닌데 다들 입사를 꺼립니다.”
얼마 전 회사로 전화를 해 온 스타트업 대표의 하소연이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필요한 인력이 많은데 도무지 직원을 못 뽑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인재 추천에 필요한 설명을 하면서도 중간 중간에 푸념과 하소연을 계속했다.
▲ 일하고 싶은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직장인들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타트업이나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이처럼 직원을 뽑는데 애를 먹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회사의 대표나 임원들은 연봉수준이나 복리후생, 그리고 재무구조나 성장성 같은 것에서 큰 문제가 없는 데도 입사 희망자들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런 기업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직원들의 연봉수준이나 복리후생에서 그리 경쟁력이 높지 않다.
재무구조나 성장성에서도 강점이 별로 없다. 한마디로 경영자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모르고 하는 얘기인 셈이다.
그런데 가끔 회사의 내용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처우나 복리후생 면에서 경쟁회사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데도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발견된다.
회사가 발전하고 사업이 성장하려면 필요한 인력이 제때 확보돼야 한다.
인력관리에서 적재적소뿐만 아니라 적시 또한 중요하다. 인력의 확보나 교체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성장발전에 왜곡이 생긴다.
특히 기업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우수한 인력을 제때 공급받지 못 하면 위험해 진다. 여린 새싹이 물이 부족하면 금방 시들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왜 기업 내용도 좋고 직원 처우도 뒤지지 않는 기업에 지원자들이 없는 걸까? 직장을 찾는 사람들이 이런 회사에 입사하는 것을 망설이고 지원서 제출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채용 브랜드가 약하기 때문이다. 이미 자리 잡은 곳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핵심인재들에게 합류를 설득할 만큼 채용 브랜드가 구축돼 있지 못 한 것이다.
소비자가 기업의 브랜드를 보고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를 결정하는 것처럼 인재도 기업의 채용 브랜드를 보고 입사지원을 결정한다. 인재 시장에서 핵심인재는 그 누구보다도 깐깐한 기업 소비자다.
그렇기 때문에 채용 브랜드가 약한 기업들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운다. 자금력이 풍부한 스타트업은 파격적 연봉이나 스톡옵션을 전면에 세운다.
어떤 기업은 자유롭고 유연한 근무환경이나 가족 같은 기업문화를 강조하고, 어떤 회사는 장밋빛 미래와 가파른 성장세, 이를 기반으로 하는 직무와 직책의 기회를 앞세운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중견기업 경영자들이 헤드헌팅회사를 찾아오는 것은 온갖 시도에도 불구하고 인재확보에 실패했을 때다.
근본적으로 채용 브랜드를 개선하지 않으면 인재확보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는다. ‘근무하고 싶은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못 한다면 인재의 지원서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 윤애숙 커리어케어 브랜드 매니저.
간혹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와 채용 브랜드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인재는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의 이미지를 보고 직장을 선택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채용 브랜드가 약한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헤드헌터도 인재를 설득해 입사지원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채용 브랜드는 직원들의 근속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렵게 설득해 인재를 영입해도 오래 견디지 못 하고 도망하게 만드는 기업문화라면 헤드헌터도 어쩔 도리가 없다. 천신만고 끝에 입사를 시켰는데 몇 달, 아니 며칠 만에 떠나게 되는 기업은 헤드헌터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채용 브랜드가 약해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만이 아니다. 탄탄한 중견기업은 물론이고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기업 브랜드나 규모에 비해 제 때 원하는 인재를 확보하지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품과 서비스가 좋은 회사와 일하기 좋은 회사는 다르다. 크고 유명하다고 직원들이 입사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들이 지속성장을 원한다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채용 브랜드를 키우는데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윤애숙 커리어케어 브랜드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