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충돌이 국내 방산주에 새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때에도 국내 방산업체들이 외국으로부터 수주 러브콜을 받으며 주가가 오른 바 있는데 비슷한 흐름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팔 분쟁' 방산주 새 모멘텀 촉각, LIG넥스원 한화에어로 현대로템 기대

▲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국내 방산업체가 수혜를 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현지시각 7일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습으로 건물이 폭발하는 장면. <연합뉴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방산업 주요지수 가운데 하나인 에프앤가이드 K-방위산업 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3.77% 높은 1136.37에 장을 마감했다.

현지시각 7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 폭격을 가하며 시작된 이-팔 분쟁으로 중동지역 긴장감이 고조되자 국내 방산업체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러-우 전쟁이 발발한 직후에도 유사한 양상이 빚어졌다. 에프앤가이드 K-방위산업 지수는 2022년 2월25일, 28일, 3월2일 각각 전날 대비 3.43%, 4.72%, 2.64% 큰 폭 상승한 바 있다.

다만 3월3일부턴 일부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하는 등 모멘텀이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그럼에도 2월25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해당 지수는 총 32.69% 상승했다.

러-우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인접국인 폴란드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국내 방산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무기수출 총액은 170억 달러(약 23조 원)로 2021년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 중 폴란드향 비중이 약 85%에 달하며 사실상 폴란드에서 발생한 대규모 신규수주가 국내방산의 호황을 이끌었다.

그 결과 SIPRI(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18~22년 5년 동안 국내기업의 무기수출은 직전 5년 대비 약 75% 상승하며 전세계 1위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팔 분쟁도 유사한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해당 지역 인근국가들이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군비를 확충하게 되면 최근 매력도가 높아진 국내 방산업체들에 신규 수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군비 물자 비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당장 전시 편제를 가동해 방산물자 생산이 가능한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언론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IISS(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톰 왈드윈 연구원은 ‘한국 방산의 강점은 빠른 배송인데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즉각적인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축 물량에도 강점이 있어 앞서 폴란드가 수주한 K2 흑표전차 1천 대 가운데 180대가 국내 재고물량에서 즉각 인도된 바 있다.

이 밖에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품질도 국내 방산의 매력으로 거론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K-방산을 향한 러브콜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전쟁이 끝난다 해도 전보다 큰 재고보충 수요가 대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LIG넥스원은 중동지역에서 관심도가 높은 국내 유도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다. 천궁은 중·저고도에서 침투해오는 다양한 공중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핵심이다.

이날 LIG넥스원은 주가가 직전 거래일보다 6.38%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이·팔 분쟁' 방산주 새 모멘텀 촉각, LIG넥스원 한화에어로 현대로템 기대

▲ 10일 방산주의 주가가 대부분 상승마감했다. 미사일방어체계 기술을 제공하는 LIG넥스원의 주가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이 밖에 터키, 이라크, UAE, 이집트 등 해당 분쟁 지역의 인근 국가에 대한 수출 사례 및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 등이 파악된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이날 각각 2.23%, 3.49%, 4.07% 상승마감했다.

한편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지원을 약속했으나 직접적인 방식보단 러-우 전쟁 당시처럼 국내 기업에 우회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나 연구원은 “미국이 이스라엘 적극 지원을 선언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며 “포탄 등 소비 물자 우회 지원 가능성이 있어 풍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풍산은 각종 군용 탄약과 탄약 부품, 정밀 단조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이날 주가가 4.44%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한 증권업계 방산부문 관계자는 “LIG넥스원 등 중동 쪽으로 무기 수출을 하는 국내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이-팔 분쟁을 계기로 차차 신규 수주 모멘텀 등 기대감이 형성될 수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수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