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상생경영 강화, 경계현 생태계 다져 TSMC 추격 기반 구축

▲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전후방 업체들과 상생경영을 통해 생태계를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팹리스 및 패키징(칩의 성능향상을 위한 포장작업) 관련 업체와의 상생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성장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태계가 공고해질 수 있기 때문에 TSMC를 추격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팹리스(반도체설계업체)를 대상으로는 시제품을 생산해주는 서비스를 늘리고 패키징과 관련한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는 ‘눈높이 컨설팅’을 펼치고 있다.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세계 선두인 TSMC와 비교해 칩 제조 기술에선 뒤지지 않지만 패키징을 포함한 후공정에서 약점을 보여 사업 경쟁력이 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3나노 공정에 발열을 줄이고 성능을 높이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TSMC에 앞서기도 했지만 기기에 연결해 성능을 올리는 패키징 공정 분야에선 아직 역량이 뒤처진다는 것이다.

나노단위의 미세 칩 제조공정의 진전 못지않게 패키징 기술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역량을 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제조공정의 정밀도가 한계에 이를 정도로 미세화 됨에 따라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패키징을 포함한 후공정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TSMC가 이끄는 대만의 생태계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아래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의 김형준 단장은 지난해 반도체 패키징 포럼에서 “2020년 기준으로 국내 반도체 후공정(OSAT)업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아직까지 6%에 불과하다”며 “TSMC, 인텔 등 해외 업체가 반도체 후공정 관련 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육성하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를 앞서기 위해서는 국내 후공정 장비업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상생협력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에 경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파운드리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대만에 뒤쳐져 있는 국내 패키징 관련 소부장 업체들의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MCE(소재·부품·장비) 눈높이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꾀하고 있는데 이런 경향은 경 사장은 부임 뒤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MCE 컨설팅 프로그램은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전문 컨설턴트로 육성된 임직원들이 협력사를 방문해 실무 프로세스를 자세하게 점검하고 협력사 상황에 최적화된 혁신 솔루션을 조언해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경 사장은 올해 7개 분야(제조·품질·환경안전·개발·마케팅·인사·교육)에서 노하우를 지닌 17명의 임직원을 파견해 상반기에만 25개 협력사와 컨설팅을 진행했다.

삼성전자 ‘MCE 눈높이 컨설팅’의 대표적 사례로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 중요한 협력사인 해성디에스와의 협력이 꼽힌다. 해성디에스는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과 리드프레임을 생산하는 회사다.

해성디에스는 해마다 신규 설비 도입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설비 관리를 고도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약 4개월 간 컨설턴트의 조언을 진행해 해성디에스를 도왔다. 이를 통해 해성디에스는 ‘현장점검 매뉴얼’과 ‘설비 제작 및 배치 상 결함에 의한 안전사고 방지 공통 사양서’를 개발했고 신규 설비를 도입할 때 체계적 검수를 할 수 있게 됐다.

경 사장은 패키징을 비롯한 반도체 후공정분야 협력업체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계 업체인 팹리스들과도 협력해 국내 반도체 협력 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상생경영 강화, 경계현 생태계 다져 TSMC 추격 기반 구축

▲ 김재순 삼성전자 컨설턴트(오른쪽)가 해성디에스에서 곽경흔 해성디에스 과장과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팹리스와 협력은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해주는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주요 뼈대를 이루고 있다.

경 사장은 올해 29회인 시제품 생산 서비스 비중을 내년에는 연 32회로 늘려 팹리스들의 역량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올해에는 최첨단 공정인 4나노 공정에서도 MPW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이 후공정뿐만 아니라 팹리스까지 챙기는 것은 시스템반도체 가치사슬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는 기본적으로 '설계자산(IP)업체→팹리스→디자인하우스(특정 파운드리에 적합한 기본 설계를 팹리스에 제공하는 기업)→파운드리→패키징·테스트'로 각 단계별로 사업을 영위하는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각 분야 업체 사이 협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경 사장은 MPW 서비스를 강화해 국내 대형 팹리스로 불리는 LX세미콘, 텔레칩스, 넥스트칩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나아가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팹리스 스타트업과도 협력관계를 공고히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 사장이 이처럼 팹리스와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TSMC와 대만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생태계 강화가 위협적 요소로 꼽히기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대만 TSMC는 대형 고객사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동시에 중소형 팹리스들의 물량도 소중히 다룬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TSMC 역시 MPW 서비스를 팹리스들에게 지원하고 있는데 연간 횟수가 약 120회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비교해 3배에 가까운 수치다. 

TSMC가 MPW 서비스를 통해 다수의 팹리스와 신뢰관계를 구축하면 삼성전자로서는 잠재적 고객사를 빼앗길 수 있다.

경 사장이 꾸준히 MPW 서비스를 확장하고 소재·부품·장비업체와 협력관계를 넓혀가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경계현 사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삼성전자 반도체는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윈윈(win-win)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성공에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다”며 “다른 기업들과 사람들을 뒷받침하는 것이 삼성전자를 지탱하는 열쇠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