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디스플레이가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마이크로LED(발광다이오드) 시장 선점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는 TV 외에도 스마트워치와 확장현실(XR) 기기 등 IT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LED를 양산해 디스플레이 '명가' 자리를 되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 LG디스플레이가 애플워치 울트라, 비전프로에 마이크로LED를 공급하기 위해 애플과 협력해 기술개발과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6일 대만 테크뉴스에 따르면 애플이 스마트워치와 확장현실(XR) 기기에 마이크로LED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 독일 LED업체 ams오슬람과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LED는 초소형LED소자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 화소 역할을 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화소 역할을 하는 LED소자 각각의 빛을 따로 제어할 수 있어 세밀한 명암비 구현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마이크로LED를 활용한 TV를 판매하고 있지만 대량생산이 힘들어 연간 판매량은 1천 대가 안 된다. LG전자가 올해 9월에 공개한 ‘118형’ 마이크로LED TV는 가격이 23만7천 달러(약 3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중소형 IT제품에는 마이크로LED를 탑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애플은 마이크로LED를 자사 제품에 적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초 “2024년부터 애플이 애플워치 울트라에 올레드(OLED)가 아닌 마이크로LED(발광다이오드)를 탑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로LED는 올레드에 비해 10~100배 밝은 화면을 구현할 수 있어 시인성이 떨어지는 야외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보여줄 수 있다. 또 화면 전환 속도가 올레드보다 1천 배가량 빨라 애플이 올레드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로LED는 반응속도, 밝기, 전력효율 측면에서 애플이 공개한 XR기기 '비전프로'에 활용된 마이크로올레드보다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세대 비전프로에는 마이크로LED가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2014년 마이크로LED 기술력을 갖춘 럭스뷰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뒤 10년 가까이 기술개발을 진행해 왔다. 또 LG디스플레이, ams오슬람 등과 협력해 마이크로LED를 대량양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경기 파주에 애플워치용 마이크로LED 백플레인(디스플레이 구동을 위한 뒷판)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LED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기술도 부지런히 확보하고 있다.
▲ 마이크로LED 이미지. < Adafruit Industries > |
LG디스플레이는 올해 6월 대만 울트라디스플레이로부터 마이크로LED 관련 미국 특허 14건을 포함해 대만과 중국에 출원된 총 38건의 특허권을 확보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와 통화에서 “마이크로LED 관련 국책과제를 진행하면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애플워치에 탑재되는 올레드의 80%를 공급하는 최대 협력사인 만큼 차세대 애플워치인 울트라용 마이크로LED도 가장 많이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디스플레이는 과거 높은 올레드 제조 기술력을 갖추고도 중소형 올레드 양산을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스마트폰 올레드 수요 급증에도 큰 수혜를 입지 못했다. 따라서 마이크로LED에서 만큼은 경쟁사보다 빠르게 양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애플워치 울트라를 시작으로 XR기기 비전프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에도 순차적으로 마이크로LED 적용처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LED는 양산에 성공해 가격이 현실화되면 급격한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2027년 10~14인치 마이크로LED의 패널 비용이 현재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10.1인치 기준 1277달러(170만 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여전히 올레드와 비교하면 높은 가격이지만 고급 제품에는 활용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는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면 LCD(액정표시장치), 올레드에서 마이크로LED로 디스플레이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헤이퉁인터내셔널증권은 “마이크로LED 시장이 2026년까지 연평균 복합성장률 273%에 이를 것”이라며 “TV, 자동차, 스마트워치에 마이크로LED가 탑재돼 2026년 출하량이 약 270만 개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