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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국조선해양 카타르 훈풍에 고가 일감 가득, 정기선 환경규제 대응도 자신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3-10-01 16: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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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HD한국조선해양이 카타르에너지로부터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17척의 건조 계약을 따내며 고가 일감을 한 번에 대거 확보했다. 

예상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한 데다 선사와 관계에서 협상력을 또 다시 확인한 만큼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선박 발주량이 감소하는 국면에서도 상당 기간 버틸 만한 여유를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 카타르 훈풍에 고가 일감 가득,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245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기선</a> 환경규제 대응도 자신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카타르에너지의 2차 발주를 통해 예상보다 많은 17척의 건조 계약을 따낸 만큼 선박 발주량이 감소하는 국면세서도 상당 기간 버틸 만한 여유를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일 조선업계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HD한국조선해양이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을 통해 당초 예상보다 많은 카타르에너지 LNG운반선 물량을 수주하며 동일선종에 대한 반복건조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해운 매체 스플래시247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카타르에너지는 HD현대중공업과 LNG운반선 17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하며 2차 발주를 본격화했다. 스플래시247은 이번 발주를 두고 “단일 조선소가 받은 주문 가운데 역사상 최대 규모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총 계약금액은 39억 달러로 파악된다.   

사드 쉐리다 알카비(Saad Sherida Al-Kaabi) 카타르에너지 최고경영자(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계약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과 한국 조선산업과 장기적 관계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라며 “이는 한국과 카타르 사이의 강력하고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카타르에너지는 2020년 한국과 중국 조선사의 슬롯(건조공간)을 다량 예약한 뒤 지난해 1차 발주를 마무리했다. 1차 발주 물량 65척 가운데 54척은 한국 기업들이 가져갔다. 

HD한국조선해양은 당시 17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18척,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은 19척의 건조 계약을 따냈다.  

당초 국내 대형조선3사는 카타르에너지의 2차 발주를 통해 1차 물량보다는 다소 줄어든 약 40척의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에서는 1차 때보다 발주하는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HD한국조선해양이 카타르에너지로부터 수주하는 물량이 10척 안팎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결과를 보니 1차 때와 동일한 17척의 일감을 확보한 것이다. 

건조가격도 1차보다 높아졌다. 

HD한국조선해양이 2차 수주를 통해 확보한 17척 물량의 1척당 건조가격은 2억3천만 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1차 수주 당시 책정됐던 2억1500만 달러 안팎의 건조가격보다 높다.

물론 조선업계에서 카타르에너지 2차 발주의 건조가격이 2억350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왔던 만큼 당초 기대치에는 약간 못 미친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원화 약세인 환율 조건과 한 번에 다량의 물량을 확보했다는 이점을 고려하면 HD한국조선해양으로서는 이번 수주가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같은 종류의 선박을 반복적으로 건조할 수 있게 된 만큼 낮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건조 작업을 하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 카타르 훈풍에 고가 일감 가득,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245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기선</a> 환경규제 대응도 자신
▲  LNG운반선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 HD현대 >
HD한국조선해양이 집계한 수주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누계 수주는 178억6700만 달러로 연간 수주목표치에 거의 다다른 98.4%를 달성했다. 9월 초 수주한 VLAC(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4척(5억1120억 달러)과 카타르에너지로부터 수주한 LNG운반선 17척(39억 달러) 약 54억 달러의 수주를 더하면 올해 233억 달러에 육박하는 일감을 확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과거 저가 수주 물량을 거의 다 털어내고 현재 수주 곳간을 지난 3년 동안 신조선가가 상승 추세를 보이는 시기에 확보한 일감들로 채워 놓은 상태다. 지난해까지는 저가 수주분이 영업 실적에 반영돼 영업적자를 냈지만 올해부터는 큰 이변이 없는 한 흑자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카타르에너지의 2차 발주가 이뤄지기 전에도 2027년 인도할 물량까지 확보해 놓은 상태였는데 39억 달러가량의 추가 일감이 보태진 만큼 4~5년은 비싼 배를 만들며 실적을 올릴 여력이 있는 셈이다. 

현재 글로벌 조선업황은 신조선가 상승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해운사들의 발주 여력은 줄어들고 있는 국면으로 파악된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 해운사들의 선박발주량이 지난해보다 약 24% 감소한 3600만 CGT로 전망하고 있다. 발주량 감소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운임 하락으로 해운사들의 발주 여력이 약해진 만큼 높아진 선가 수준에서 발주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봉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현재 해운사와 조선사가 협상 중인 선박의 발주가 일단락된 뒤에는 발주 공백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다만 HD한국조선해양으로서는 글로벌 발주량이 감소하더라도 충분한 고가 일감을 확보해 둔 터라 불리한 형편에서 무리한 수주 없이 협상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 사장은 든든하게 쌓아둔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친환경선박 수요가 이끌게 될 초호황을 대비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조선업의 산업 주기는 선박의 수명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선박의 물리적 수명이 통상 30년인 만큼 어느 한 시기에 선박 수요가 급증했다면 그로부터 30년 전후로 해서 다시 선박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으로 1차 슈퍼 사이클(1963~1973년)과 2차 슈퍼 사이클(2002~2007) 사이도 대략 30년의 간격이 있다. 선박 수명에 따른 주기형성의 논리를 적용하면 3차 슈퍼 사이클은 2030년대 중반에 도래한다고 봐야 하지만 환경 규제가 강화하는 추세 때문에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선·해운업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항이다.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선박 교체 수요는 본격적인 슈퍼 사이클 도래에 앞서 점진적으로 친환경선박 발주량을 늘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LNG보다 친환경성이 높은 연료인 메탄올로 추진되는 선박의 발주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DNV선급 등에 따르면 메탄올추진선 건조계약은 올해 1~7월 122척에 이른다. 같은 기간 LNG추진선(73척)보다 49척 더 발주된 것이다.   

정기선 사장은 이런 조선·해운업계의 친환경 흐름에 발맞춰 메탄올을 비롯한 친환경 대체연료 분야 주도권을 선점하는 데 애쓰고 있다. 

정 사장은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100TEU(티이유)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로라 머스크(Laura Maersk)호'의 명명식에 참석해 선사, 당국 관계자들을 만나며 친환경선박 주도권 선점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는 로버트 머스크 우글라(Robert Maersk Uggla) 머스크(로라 머스크 선주사) 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유럽연합)집행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정 사장은 명명식 전날인 13일 머스크 본사에서 머스크 의장을 만나 미래 협력 증진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로라 머스크호가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기술개발로 그린오션의 실현을 앞당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에서 환경 규제는 휘발성 호재가 아닌 중장기적 패러다임의 변화로 접근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기술의 발전이 있다”며 “환경규제는 한국 조선소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이고 중장기적으로 뒷받침해 줄 강력한 배경이 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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