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탄소중립 달성 등 친환경 목표 수립과 이행에 삼성전자 등 경쟁사를 앞서가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이 2023년 4월19일 '지구의 날'을 맞아 애플스토어 매장에서 친환경 실천 방안을 안내하는 모습. <애플>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전자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탄소중립과 같은 친환경 목표 달성에서도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비교해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탄소중립 방안을 제시하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러한 목표를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30일 미국 IT전문지 씨넷에 따르면 ‘녹색 공급망’ 달성 여부가 글로벌 전자제품 산업에서 갈수록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녹색 공급망은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제품을 개발해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과 같은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이 최근 아이폰15 시리즈 발표행사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노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친환경 목표 수립과 이행 실적은 전자업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까지 애플이 이뤄낸 성과가 삼성전자와 같은 주요 경쟁사 대비 우수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2030년까지 모든 제품 및 공급망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처음 언급한 시점은 2020년으로 글로벌 전자업체와 비교해 매우 앞서나간 수준이다.
일본 소니는 2030년까지 모든 제품 생산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했고 2040년에는 모든 공급망에 걸쳐 탄소중립을 이뤄낸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러한 경쟁사보다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수 년 늦게 제시했고 목표 시점도 2050년으로 보수적 수준의 계획을 내놓는 데 그쳤다.
씨넷은 “삼성전자는 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을 모든 공급망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며 이는 GHG프로토콜과 같은 글로벌 기준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GHG프로토콜은 글로벌 기업의 탄소 배출량 측정과 보고에 활용되는 기준이다.
애플은 새로 출시한 애플워치 시리즈9 일부 모델이 이미 생산 과정에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강조하는 등 친환경 목표 달성에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이처럼 애플이 친환경 분야 노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이 이를 제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등 완제품과 부품 공급망 전반에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애플의 목적도 결국에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결을 이어가며 디자인과 성능, 가격과 내구성 등을 중요한 경쟁 요소로 삼았다.
만약 친환경 노력이 소비자들의 새로운 선택 기준으로 폭넓게 안착한다면 애플과 대결에서 삼성전자가 분명한 약점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애플이 탄소중립 달성에 목표한 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체 공급망의 탄소 배출량 감축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대만 TSMC와 폭스콘 등 애플의 주요 협력사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비중은 11% 미만에 그친다며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바라봤다.
▲ 애플이 첫 탄소중립 제품으로 소개한 애플워치 시리즈9 이미지. <애플> |
애플은 직접 제조공장을 운영하지 않는 만큼 자체 사업장의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요 협력사까지 포함하는 전체 공급망의 변화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과제다.
그린피스는 전자제품 공급망에서 대부분의 탄소 배출량은 부품 제조 과정에서 배출된다며 애플 협력사 가운데 단 한 곳도 100%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2030년까지 완전한 녹색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애플의 목표는 현실성이 낮다는 의미다.
그린피스는 삼성전자에도 비슷한 지적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친환경 노력을 자주 언급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제조 과정이 대부분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 아이폰이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보다 오히려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씨넷에 따르면 아이폰14 프로는 제조 단계부터 수명을 다하기까지 약 65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S23플러스는 약 58.8k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걸로 집계됐다.
따라서 애플이 현재 상황보다 미래의 친환경 목표만을 강조하는 것은 진정성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친환경 목표 달성이 결국 애플과 삼성전자, 소니 등 주요 전자업체에서 모두 힘을 모아 대처해야만 하는 문제라는 시각도 제시했다.
이들 전자업체가 부품 공급망을 의존하는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이 기후 변화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사업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친환경 목표 달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극단적 기후변화와 발전, 홍수 등으로 문제를 겪는 지역들은 대부분 전자부품 생산기지가 밀집한 지역과 겹친다”며 “애플과 삼성전자, 소니와 델 등이 모두 안고 있는 리스크”라고 바라봤다.
결국 삼성전자와 애플의 친환경 노력은 중장기적으로 기업과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지속해나가야 할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씨넷은 “애플과 삼성전자 등 대형 전자업체들이 친환경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가는 길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매우 주목할 만한 여정으로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