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중저신용자대출을 확대하며 실적까지 거둔 경험을 바탕으로 태국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 중앙은행이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 금융 확대를 위한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한국 금융권에 자문을 구하면서다. 
 
인터넷은행 준비 태국 중앙은행 한국에 손짓, 윤호영 카카오뱅크 선점 준비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태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로나돌 놈논다 태국 중앙은행 부총재와 관계자들은 최근 금융위원회와 국내 인터넷은행을 잇따라 방문해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경험을 공유했다.

태국은 최근 태국판 인터넷은행인 가상은행 제도 도입을 위해 금융위를 방문하고 싶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금융위와 실무회의를 하며 인터넷은행 프레임워크 설계방법과 라이선스 신청 평가 기준, 인터넷은행과 일반은행 사이 규제 차이 등을 물어봤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태국의 가상은행 인가를 할 때 국내 금융회사가 참여한다면 국내의 성공 경험이 태국 금융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며 “국내 금융회사 참여에 관한 태국 중앙은행의 관심과 협조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당국에서도 국내 인터넷은행의 태국 진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도우려는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이는 태국 금융권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한국 은행업계에 빗장을 걸어 잠갔기 때문이다. 

태국이 외환위기에 빠지자 한국계 은행들은 태국 외환위기 여파가 옮아올까 두려워 현지에서 앞다퉈 철수하기 시작했다. 

당시 태국 정부는 1명이라도 남아준다면 은행업 라이선스를 유지해 주겠다며 붙잡았지만 한국 금융사들이 떠나며 위기를 부채질한 셈이 됐다.

외환위기 상황이 진정된 뒤 2000년대 후반 한국 정부에서 태국 금융업 진출을 타진했지만 태국 정부에서는 해외 금융사가 태국에서 사업을 하는 조건으로 최소 자본금 7천억 원을 유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정부의 금융관료들도 한국 금융권은 위기가 닥치자 태국을 버리고 떠난 배신자들이라며 진출을 허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융업계에서는 최근 태국 금융당국이 중저신용대출 확대와 소상공인 금융이 확대되길 바라고 있어 한국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인터넷은행 준비 태국 중앙은행 한국에 손짓, 윤호영 카카오뱅크 선점 준비

▲ 태국 중앙은행은 소상공인과 중저신용자를 위한 금융 확대를 위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카카오뱅크가 태국 진출에 경쟁력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은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내부. <카카오뱅크>


태국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가상은행 최종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이후 라이선스 신청에 6개월, 태국 중앙은행과 재무부의 심사에 9개월을 진행해 가상은행을 설립할 준비를 마칠 계획을 세웠다. 

태국 정부는 자국 인터넷은행의 초기 출범 자금으로 1900억 원을 요구하려 한다. 자본금 7천억 원을 요구했던 것과 비교하면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태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지난 26일 토스뱅크과 케이뱅크에도 방문했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태국 중앙은행은 토스뱅크에 인공지능(AI)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도입한 자체 신용평가모형(TSS)에 관심을 보였다. 

태국 중앙은행이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인터넷은행을 목표로 삼은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케이뱅크에는 비대면 금융상품 출시를 위한 제출 서류와 소요시간 단축, 인터넷 기반 펌뱅킹을 위한 네트워크 보안기술, 클라우드 환경 전환 등을 물었다. 

금융업계에서는 태국 중앙은행이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해 협업하는 것을 두고 향후 카카오뱅크의 태국 진출에 속도가 날 것으로 바라본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6월16일 태국 3대 금융지주사인 SCBX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태국 인터넷은행 진출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컨소시엄을 통해 초기 20%의 지분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향후 사업이 더 성장하면 지분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는 국내에서 중저신용대출을 확대하며 수익성까지 확보한 경험이 있는 만큼 태국 인터넷은행 설립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기준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27.7%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 중저신용대출 잔액은 3조9184억 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2.5%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1조1738억 원, 영업이익 2482억 원, 순이익 1838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65.5%, 영업이익은 52.46%, 순이익은 48.48% 늘며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