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인 쉰들러와 벌인 손해배상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쉰들러는 스위스 엘리베이터 회사로 그동안 현대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현 회장과 분쟁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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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24일 쉰들러가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대로 낸 75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주주대표 1심 소송에서 원고기각 판결을 내렸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놓고 질긴 분쟁을 벌여왔다.
현정은 회장은 2003년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별세하자 회장을 이어받고 경영에 나섰다. 그러나 현대가의 다른 형제들은 현 회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반복했다.
범현대가인 KCC와 현대중공업은 2003년부터 현대그룹 인수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현 회장은 쉰들러와 손을 잡고 경영권을 지켜냈다. 쉰들러는 2006년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25.5%를 보유한 2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그 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에 욕심을 보였다.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하면 국내 승강기시장에서 경쟁자가 없어져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쉰들러는 2010년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자 이를 반대하며 표면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사업을 팔면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고 현대그룹은 이를 거절했다.
그 뒤 현 회장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맺었던 파생상품 계약을 문제삼으며 법적소송을 펼쳤다.
쉰들러는 2014년 1월 현정은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전 경영진을 상대로 718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이 지연되면서 이자가 붙어 배상액은 7500억 원이 됐다.
쉰들러는 지난해 말 스위스정부를 앞세워 현대그룹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주한 스위스 대사는 청와대에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 사이의 분쟁에 개입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자 지분 등을 합쳐 총 26.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쉰들러는 그동안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현재 지분율이 17.1%로 줄어들었다.
쉰들러 측은 “현대그룹 경영진이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데도 이런 판결이 나왔다는 점이 매우 유감”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재판부의 선고가 내려진 만큼, 쉰들러도 이에 승복하고 현대엘레베이터 주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