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들이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O2O)로 자체적인 결제플랫폼을 강화해 ‘삼성페이’로 대표되는 모바일 간편결제와 영토싸움을 벌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카드회사들과 모바일 간편결제회사가 당분간 공생하면서 모바일결제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비장의 무기 O2O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회사들은 모바일카드앱을 통해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를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앞다퉈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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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는 온라인 주문·결제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신한카드의 모바일결제플랫폼 ‘판(FAN)' 을 통한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 중개사업을 확대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모바일카드앱 이름도 최근 ‘판페이’로 바꿨다.
신한카드는 현재 한방이사(이사)·야놀자(숙박)·헤이뷰티(미용)·리화이트(세탁) 등 13곳과 제휴해 판에서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를 곧바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는데 연내에 제휴회사 수를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위 사장은 4월에 생활밀착업종 회사들과 모바일플랫폼동맹(MPA)을 출범하면서 “올해 카드업계는 간편결제시장의 경쟁격화 등 경영환경의 급변을 겪고 있다”며 “모바일카드의 고객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모바일플랫폼 동맹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카드도 최근 모바일카드앱에서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생활앱’ 플랫폼을 출범했다. 삼성카드 고객은 이 플랫폼을 통해 배달의민족(배달), 우버(택시호출), 야놀자(숙박예약) 등 O2O회사 19곳을 이용할 수 있다. 이 회사들의 가맹점만 약 20만 곳에 이른다.
KB국민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 등도 올해 모바일카드앱 안에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 플랫폼을 일제히 포함시키고 추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카드회사들은 모바일결제 비중이 높은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시장을 선점해 삼성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와 경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시장의 규모는 몇년 안에 30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모바일을 통해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를 결제하는 고객이 대다수인 만큼 이 시장을 선점하는 회사가 간편결제시장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금은 파이를 더 키워야 할 때
카드사들이 모바일 간편결제와 한동안 공생관계를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바일 간편결제의 활성화로 모바일결제시장이 커지면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이 아직 더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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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23일 모바일 분석회사 와이즈앱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모바일결제앱을 한 차례 이상 사용한 이용자 1069만 명 가운데 삼성페이 이용자 수는 294만 명으로 신한카드의 ‘판페이’(256만 명)보다 많았다.
그러나 3월과 비교한 이용자 증가율로 따지면 판페이가 71%로 삼성페이(13%)를 훨씬 앞섰다. 국민카드(34%)와 롯데카드(37%)도 삼성페이의 증가율을 앞질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 모바일결제시장은 성장단계에 있는 만큼 협력을 통해 시장규모를 더욱 크게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며 “모바일 간편결제를 운영하는 대형 IT회사들도 아직 결제플랫폼을 필요로 하고 있어 주도권 다툼까지 가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간편결제회사들이 결제사업 외에 다른 금융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만큼 카드회사들이 이들과 상생을 모색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11일 ‘갤럭시 노트7’ 한국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삼성카드·신한카드하나카드·KB국민카드 등과 협력해 더욱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삼성패스’를 확대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패스는 갤럭시노트7에 탑재된 홍채인식 본인인증서비스인데 삼성전자의 모바일 간편결제 ‘삼성페이’와 연계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드회사들은 IT기술과 자금력 면에서 모바일 간편결제를 운영하는 IT회사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협업을 유지하면서 모바일결제경쟁에서 이길 기반을 마련하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