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1세대 신영자산운용 허남권, '테슬라 11년 장기투자' 베일리기포드와 손잡다

▲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21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신영베일리기포드글로벌그로스펀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큰형님뻘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은 21일 열린 ‘신영베일리기포드글로벌그로스펀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영국 대표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의 유구한 역사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베일리기포트가 115년의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만큼 27년 된 신영자산운용이 배울 바가 많다는 것인데 허 사장은 이날 간담회 내내 베일리기포드의 자산운용 노하우를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베일리기포드는 영국 에든버러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로 1908년 설립됐다. 학계와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종목과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한번 종목을 선정하면 5년 이상 장기투자하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베일리기포드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초기 투자자로도 유명세를 탔다. 테슬라 2대주주로 테슬라에 11년 넘게 장기투자해 8000% 이상의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이비드 헨더슨 베일리기포드 홍콩 CEO 겸 아시아태평양비즈니스총괄 파트너는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는 시장에서 이야기하는 장기보다 더욱 더 긴, 매우 긴 투자를 한다”며 “우리는 성장주에 투자하는 액티브 하우스로 좋은 종목에 미리 투자해 고객들에게 큰 수익을 돌려준다”고 말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자산운용사 답게 이날 간담회도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렸다.

이런 베일리기포드가 신영자산운용의 손을 잡은 것인데 이는 신영자산운용과 베일리기포드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평가된다.

베일리기포드는 2011년부터 신영증권과 협업해 국내에서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펀드를 판매했다.

이를 눈여겨 본 신영자산운용은 베일리기포드를 신뢰할 만한 운용사라고 판단하고 공모펀드 출시 계획을 세웠다. 때마침 베일리기포드도 국내 공모펀드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이번 상품이 나왔다.

베일리기포드가 국내에서 공모펀드 방식으로 상품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영자산운용 역시 해외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출시한 것은 2014년 ‘신영마라톤아시아밸류펀드’ 이후 약 10년 만이다.

신영베일리기포드글로벌그로스펀드는 투자금을 베일리기포드의 대표 상품인 ‘베일리기포드 롱텀글로벌그로스펀드(LGGF)’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베일리기포드 롱텀글로벌그로스펀드는 글로벌 주식 가운데 혁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조기’에 발굴해 장기투자하는 상품이다.

최소 6개 국가, 6개 섹터에 자금을 분산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6월 말 기준 35억 달러(약 4조5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37개 종목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최소 5년 이상 보유할 기업의 주식을 주로 매수하는 전략을 쓰는데 현재 37개 종목 가운데 5년 이상 장기투자 종목 비중은 57%, 10년 이상 투자한 종목 비중도 25%에 이른다.

특히 정량적 지표보다 성장 잠재력과 가능성 등을 높게 보고 기업 투자를 결정한다. 현재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대표 종목은 테슬라, 아마존, 엔비디아, ASML 등이다. 아마존과 테슬라는 10년 이상, 엔비디아와 ASML은 5년 이상 보유하고 있다.

임서홍 베일리기포드 한국비즈니스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모든 포트폴리오를 공개할 수 없지만 포트폴리오를 보더라도 처음 들어보는 종목들이 많을 것이다”며 “이들 역시 주가가 5년 안에 5배 이상 오를 수 있는 미래의 아마존, 테슬라라고 보고 장기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일리기포드 롱텀글로벌그로스펀드가 미래가치를 보고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선구안은 학계와 협업에서 나온다.

임서홍 대표는 “투자를 할 때 증권사 리포트는 가급적 참고하지 않는다”며 “산업의 장기적 변화 흐름은 학계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학계와 지속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시대를 앞선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했다.
 
가치투자 1세대 신영자산운용 허남권, '테슬라 11년 장기투자' 베일리기포드와 손잡다

▲ 데이비드 헨더슨 베일리기포드 파트너가 21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신영베일리기포드글로벌그로스펀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허남권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 종목을 5년 이상 들고 가는 베일리기포드의 장기투자 철학은 시장이 아닌 기업에 투자하며 ‘앞서가는 투자, 기다리는 투자’를 내세우는 신영자산운용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신영자산운용은 대표 상품인 ‘신영마라톤펀드’의 이름처럼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장기투자하는 가치투자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허 사장은 “신영자산운용은 단기 테마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장기적으로 시간에 투자하는 전략을 써 왔는데 베일리기포드 글로벌펀드 역시 성장주를 조기에 발굴해 장기투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가치주뿐 아니라 성장가치주를 장기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가 있다면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번 상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신영자산운용의 산증인으로 평가되는데 이번 베일리기포드와 협업을 통해 신영자산운용의 운용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허 사장은 “신영자산운용은 현재가치, 배당가치 등 일단 손에 잡히는 가치를 중심으로 투자를 해왔는데 베일리기포드는 미래가치에 대한 확신을 갖고 투자를 한다”며 “앞으로 베일리기포드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통해 성장성 있는 기업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노하우를 습득하는 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베일리기포드 포트폴리오 속 종목은 하나하나가 투자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배워 신영자산운용 펀드에도 적용하겠다”고 덧붙였다.

허 사장은 국내 가치투자 1세대 펀드매니저로 1988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신영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6년 신영자산운용의 창립멤버로 참여해 신영자산운용에서 자산운용본부장, 전무이사, 부사장 등을 거쳐 201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신영베일리기포드글로벌그로스펀드는 이날부터 신영증권과 KB증권, 하나증권, 한국포스증권,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 판매사는 추후 확대될 예정이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