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경쟁업체보다 앞서 메모리반도체 불황에서 빠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으로 반등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선제적으로 조치한 고부가제품 중심의 체질전환 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채택한 고부가 체질전환 전략이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 SK하이닉스 >
19일 증권업계와 반도체업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D램 현물가와 고정가 반등이 예상돼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이어 D램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전환이 예상된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만 반도체업황 반등이 DDR5와 HBM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어 첨단메모리 사업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가 경쟁업체보다 앞서 불황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DDR4와 낸드플래시 등 기존 레거시(구세대) 제품은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DDR5와 HBM 관련 노출도가 큰 업체를 중심으로 선제적이고 차별적인 변곡점(추세 전환점)이 나타난 것이 이번 순환주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고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DDR5 및 HBM3(4세대 HBM)와 같은 신규 제품에서의 독보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쟁사들보다 가장 먼저 업사이클(상승주기)에 진입했다”고 덧붙였다.
첨단메모리로 꼽히는 DDR5와 HBM과 달리 구세대 제품인 DDR4와 낸드플래시는 소품종 대량생산 제품인 만큼 수요가 경기변동에 영향을 받는데 물가상승 여파로 금리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회복세가 늦춰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 가운데 DDR5 선두주자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고용량 메모리인 128GB DDR5를 사실상 독점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또 다른 첨단메모리인 HBM 시장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2년 글로벌 HBM 시장에서 점유율 50%로 삼성전자(40%)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DDR5와 HBM이 D램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더 크다.
▲ SK하이닉스의 HBM3(4세대 고대역폭메모리). < SK하이닉스 >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D램 사업매출 가운데 DDR5와 HBM 비중이 50%를 넘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의 HBM과 DDR5 등 고부가 D램 매출비중을 전체 D램의 약 35%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과 DDR5의 매출 비중이 삼성전자보다 15%포인트 높은 셈이다.
SK하이닉스는 HBM과 DDR5의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실적 반등 폭도 가파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3년 2분기 D램 매출이 34억4300만 달러로 1분기보다 48.9% 증가했다. 삼성전자 D램 매출이 8.6%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성장률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사업의 흑자전환 시기도 삼성전자보다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D램 사업은 3분기에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은 3분기에도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감산에 따른 비용구조 악화 영향이 고부가 메모리 제품 확대 효과보다 커 3분기 적자 폭을 크게 줄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DDR5와 HBM을 비롯한 고성능·고용량 D램 중심의 시장반등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버 수요증가 영향에 따른 것이다.
박정호 부회장은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대비해 경쟁사보다 서둘러 HBM3과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하반기 4세대 HBM인 HBM3 양산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DDR5 부문에서도 경쟁업체보다 앞서 2020년 10월에 제품출시 준비를 마쳤다.
박 부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챗GPT 등 인공지능 시대에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메모리 기술의 혁신이 요구된다”며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미래의 아키텍처를 선도해 나간다면 통상적인 산업의 성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올해부터 DDR5와 HBM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지만 당분간 SK하이닉스의 우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메모리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면이 있다”며 “이러한 경향성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