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인수전에 뛰어든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열세에 있는 자금동원력을 만회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 유동화를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HMM 인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산 유동화, 기업공개, 추가 차입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자체적으로 인수 자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적격인수후보에 오른 LX그룹, 하림그룹과 비교해 보유현금 측면에서 열세에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하림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약 1조5천억 원 수준이며 LX그룹은 계열사를 동원하면 약 2조5천억 원가량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 동원산업은 6천억 원 수준에 그친다. HMM의 매각가격은 최소 5조 원에서 최대 8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김 부회장은 HMM 인수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거론되고 있는 것은 계열사 지분을 활용한 자산유동화다. 동원산업의 주요 계열사 지분율을 살펴보면 △스타키스트 100% △동원로엑스 100% △동원F&B 74.4% △동원시스템즈 70.6% △동원건설산업 100% 등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한 김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동원산업 지분율이 68.13%로 공고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동원그룹은 비교적 용이하게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 자산 유동화 등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동원그룹의 자금확보 방안으로 비상장 자회사 3곳에 기업공개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원그룹의 주요 비상장회사로는 미국의 참치캔 제조 계열사 ‘스타키스트’, 물류계열사 ‘동원로엑스’, 동원F&B의 식품제조유통 계열사 ‘동원홈푸드’ 등이 있다. 세 회사는 성장일로에 있는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이들 회사들이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현재 알 수 없지만 지난해 동원그룹 지배구조 개편 당시 매겨진 순자산가액을 참조할 만하다.
당시 안진회계법인은 두 회사의 모기업인 동원산업의 자산가치를 매기면서 순자산가액을 기준으로 스타키스트 6567억 원, 동원로엑스 4277억 원 등으로 가치를 산정했다.
다만 KDB산업은행이 공언한 대로 HMM 인수후보가 연내 결정된다면 동원그룹 계열사의 기업공개는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업공개를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HMM 인수를 위한 투자금 마련하는 방안으로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14일 동원그룹의 HMM 인수자금 지원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동원그룹이 스스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선 태세를 취했다. 14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채용설명회에 참여한 김 회장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동원산업의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한 자금 추가차입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주사 동원산업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유영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올해 7월 “동원산업은 지난해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으로 재무비율 지표가 저하되었으나 강화된 영업 현금창출력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지원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동원그룹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배경으로 여겨진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14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한국투자금융지주 채용설명회에서 '동원그룹의 HMM 인수 자금 확보에 지원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원그룹이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아 스스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원여부와 관련해 확답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한 발 물러나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00년대 초반 동원그룹에서 계열분리 됐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아들로 친형제간이다.
앞서 동원그룹이 7월 HMM 인수전에 참여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투자금융지주(구 동원금융지주)와 손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HMM 매각작업은 6일부터 실사 기간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측은 11월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장한 뒤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HMM 매각의 유찰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자금동원력과 사업시너지를 가진 대기업이야 말로 매각 측이 진정으로 원하는 HMM의 새로운 주인이라는 논리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