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온실가스 배출권 공청회, "가격 하락 일으킨 이월 제한 점차 폐지해야"

▲ 한국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8천 원대까지 떨어지며 2020년 초 대비 5분의 1 수준이 됐다. 환경부는 주요 원인이 배출권 이월 제한과 상쇄 배출권 전환 기한 등에 있다고 보고 이를 변경하기에 앞서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 토론을 진행하는 연사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월 제한을 도입한 이유는 한국 배출권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월 제한 영향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배출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13일 열린 ‘제3차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이하 할당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전완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이번 달 8500원까지 떨어진 배출권 가격 급락의 주요 원인이 이월 제한 조치에 있다고 봤다. 

이 공청회는 환경부가 지나치게 낮은 한국의 배출권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현재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은 8천원 대에 형성되어 있다. 2020년 초 4만 원대 가격을 형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이번 달 85유로(약 12만 원) 이상으로 시장가격이 형성된 유럽연합 배출권과 비교하면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이 배출권 이월 제한과 상쇄 배출권 전환 기한에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배출권은 시장에 판매한 순매도량 만큼만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다. 기업이 남는 물량을 쌓아두지 못하도록 만들어 내다 팔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같은 이월 제한이 부작용을 낳았다.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내놓은 물량 때문에 시장에 공급이 넘쳐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환경부가 이월 제한을 순매도량의 3배까지 늘리기로 한 이유다. 

전 과장은 "배출권 이월 제한 제도를 궁극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며 "이번 변경안을 통해 점차 완화해나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그 첫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월 제한 자체를 곧바로 폐지하면 시장 유동성에 또 다른 불안정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출권 가격 하락에는 상쇄 배출권 전환 기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전환 기한이 너무 짧아 기업들이 낮은 가격을 감수하고 배출권을 팔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전 과장은 “온실가스 감축 사업이라는 것이 원래는 인증받는데 4~5년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며 “2년 제한 폐지하고 다음 계획 기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변경안 발표 전 2년 제한이 걸리게 된 상쇄 배출권도 새롭게 변경된 기준에 맞게 기한을 조절한다.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대부분 환경부의 이번 이월 제한 완화 조치와 상쇄 배출권 전환 기한 연장을 환영하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권달정 한국남부발전 부장은 “배출권 수급 불균형 현상을 초래한 것은 이월 제한 조치가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다배출 업종들의 생산량 급감 영향이 더 크다”며 “지금 이월 제한 조치는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권 부장에 따르면 현재 남부발전은 배출권 공급 부족으로 적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남부발전은 배출권 5백만 톤이 부족해 모두 체납분으로 등록됐는데 이 탓에 7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권 부장은 “배출권 부족으로 부채가 발생하지만 않았어도 오히려 운영이익으로 300억 흑자를 볼 수 있었다”며 “발전사들은 지금 신재생, 수소에너지부터 암모니아까지 다 개발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배출권이 발목을 잡으면 이런 친환경 사업 개발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상쇄 배출권과 관련해서는 전환 기간과 관련해 기준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시형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실 과장(이학 박사)은 “상쇄 배출권 전환 기간 관련해서 감축 실적이 발생한 차기 계획기간이라고 표현했는데 감축 사업은 실적이 등록될 때까지 굉장히 오래 걸린다”며 “따라서 감축 사업이 인증된 후로부터를 기한으로 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