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도 워터리스크로 투자를 받지 못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대형 펀드가 물 부족과 같은 ‘워터리스크’를 고려해 TSMC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TSMC와 같은 반도체 기업 투자에는 ‘워터리스크’를 고려하는 것이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자산운용사의 의견도 나왔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자산운용사 애버딘(Abrdn)은 투자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워터리스크’를 제시했다.
특히 반도체 기업 투자에는 워터리스크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도체 제조에는 화학 약품을 씻어내는 등 여러 공정에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되므로 물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영업비용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애버딘의 선임 투자책임자 데이빗 스미스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 기업이 어떻게 공업용수를 관리하는지 우선적으로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에게 ‘워터리스크’ 문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의견을 냈다.
수자원 확보 상태가 반도체 기업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대만 TSMC가 제시됐다.
TSMC에 워터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펀드 가운데 하나인 ‘글로벌 기후·환경 펀드’가 7월 말부터 TSMC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후·환경 펀드는 스웨덴 금융그룹인 ‘노르디아‘가 운영하는 펀드다. 운용 금액이 93억7800만 달러(약 12조4522억 원)에 육박한다.
블룸버그의 자체 조사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보고서를 통해 “TSMC는 2022년 반도체 웨이퍼 한 장을 만드는데 필요한 물의 양을 전년도보다 16% 줄이고자 했지만 오히려 14.5%가 늘어났다”며 “가뭄이 들면 반도체 생산이 중단될 리스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TSMC의 생산설비가 집중된 대만이 기후변화로 ‘비정상적인 기후 패턴’을 보인다는 점도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 지목됐다.
다만 블룸버그는 ESG 요소를 고려하면서 TSMC에 투자된 금액이 모두 273억 달러(약 36조2900억 원)에 달하며 TSMC 또한 워터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을 함께 보도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등 국제기관에서 수자원 관리의 우수성 인정받은 TSMC마저 일부 투자자에 외면받은 일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국 및 세계 반도체기업에도 경종을 울리는 사례일 수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로베코'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비키 치는 블룸버그를 통해 “로베코 또한 반도체 기업의 물 부족을 반영해 기업 가치를 조정하고 있다”며 “워터리스크를 고려하는 것은 투자자로서 ‘유리한 출발’을 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
▲ 2021년 대만에 극심한 가뭄이 들자 TSMC는 급수차를 통해 공업용수를 공급받았다. 사진은 2021년 3월 대만 타이중시에 위치한 TSMC의 반도체 생산설비에 급수차가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