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 홍종호 “한전 부도는 없다, 전기료 정상화·녹색 대전환해야”

▲ 최근 높아지고 있는 한국전력 부도 우려와 관련,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첫 출발점”이라며 이와 함께 한전 정상화를 넘어 탈탄소, 기후위기 시대에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가라는 더 큰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종호>

[비즈니스포스트] “한전, 안 망합니다. 정부가 부도 안 나게 할 겁니다.”
 
국내 최고의 기후경제학자로 불리는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가 홍 교수를 전화 인터뷰한 12일, 한전 부도 우려가 언론 보도를 뒤덮고 있었다. “부도 경고까지 나온 한전”, “대책 마련 못 하면 부도날 것” 등등 제목들도 자극적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어떤 대책이든지 있지 않으면 한전은 부도가 날 것”이라고 발언한 데에 이어 한전의 누적부채가 올해 말 205조8천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보고서가 11일 공개된 탓이었다. 정말 부도가 날 수도 있을까?
 
홍 교수는 “한전은 정부의 기업인데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한전 부도 우려를 일축했다.
 
“한전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정부가 지분을 지닌 공기업”이라고 “한전이 부도가 난다면 정부가 돈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전력은 정부 지분 51.1%를 포함해 정부와 공공 부문이 57.65%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반기 보고서 기준 한국전력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지분율은 32.9%다. 정부( 18.2%)와 국민연금(6.55%)도 주요주주다.
 
“한전이 재무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자본금 확충 등 긴급수혈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홍 교수는 강조했다.
 
홍 교수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전이 부도가 날 것이라는 말은 “평생 관료로 총리를 두 번째 지내고 계신 분이 함부로 할 얘기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전기 없이 돌아갈 수 없는 세상입니다. 총리라면 한전 정상화를 위해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근본적 해결법은 마련하겠지만 일단 최소 원가 보전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어야 합니다. 이제 와서 '어떤 대책이든지 있지 않으면 부도 날 것'이라고 말해선 안 됩니다. 이건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홍 교수는 “전기요금 정상화는 첫 출발점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더 근본적인 해결법은 뭘까. 

올해초 발간한 자신의 저서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에서 "향후 10년 내 탈탄소 무역질서가 새로운 국제무역 규범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홍 교수는 '녹색 대전환'을 근본적 해법으로 내놨다. 

그 근거로 홍 교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산 트렌트와 함께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들었다.

이 가운데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일종의 '탄소관세'로 한국의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6개 품목을 수출할 때 직접적으로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6년 본격 도입에 앞서 10월부터 탄소 배출량 보고가 의무화된 상태다. 

그런데 한국에선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탄소 배출량이 클 수밖에 없다. 발전원 가운데 화석연료 비중은 석탄 32.5%, 가스 27.5% 등 60%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 지원은 사실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캐나다의 싱크탱크 국제기속가능개발연구소(IISD)에 따르면 G20 국가의 2022년도 화석연료에 대한 즉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규모는 1조4천 달러(186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1년 국내총생산에 육박하는 규모다. 
 
홍 교수는 “2022년도는 특히 러시아 발 전쟁이 본격화된 시기이기 때문에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다 고통을 받으니까 여기에 대한 보조금이 많이 지불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작년에 한국전력이 33조 원이 넘는 적자 또 가스공사도 8조 원이 넘는 적자를 봤다"며 "이런 적자라는 것이 결국은 이런 국제기구들이 이야기하는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해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였다. 덕분에 화석연료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올해 상반기 화석연료 사용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38%보다 5%포인트 떨어진 33%를 기록했다. 
 
홍 교수는 “독일 같은 국가들은 화석연료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는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는 만큼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너무 오랫동안 화석연료에 의존해 왔다”고 지적했다.
 
"싼 전기가 많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어야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데 우리는 국가적으로 제대로 시도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탄소배출권, 탄소세 등 전 세계적으로 탄소가 비용화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화석연료의 사회적, 경제적 비용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일부 정치인들이 민생경제를 운운하며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데 대해 그는 취약계층에 정부가 에너지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에너지 복지 정책을 쓰면 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을 싸게 유지해도 수혜는 부자들, 대기업들이 받습니다. 이들이 더 많이 쓰기 때문이에요. 이런 전기요금 구조는 더 이상 안 됩니다. 한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적기입니다.”
 
홍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석사,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를 받은 경제전문가면서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에너지 전문가이기도 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