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화웨이가 자체 AP(모바일 프로세서)를 개발하자 퀄컴이 AP 가격 인하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AP(모바일 프로세서)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 스마트폰 사업에선 수혜를, AP 사업에선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 화웨이발 'AP 가격 경쟁' 가능성,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칩 득실 엇갈려

▲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자체 AP개발 발표에 따라 가격경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스마트폰사업과 AP 제조 양쪽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리즈. <삼성전자>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화웨이가 자체 AP를 개발하면서 출하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는 2024년부터 신모델에 자체 개발한 새로운 기린 프로세서를 전면 채용할 것으로 예상돼 퀄컴은 2024년부터 화웨이의 주문을 완전히 잃을 뿐만 아니라 화웨이가 아닌 중국 브랜드에 대한 출하량도 감소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궈 연구원은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퀄컴은 중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빠르면 4분기에 가격 인하 경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퀄컴이 가격 인하 경쟁에 돌입하면 삼성전자의 AP사업과 스마트폰사업도 영향권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부는 AP 엑시노스 시리즈를 개발해 스마트사업을 하는 MX사업부와 일부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현재 엑시노스2400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2400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24 시리즈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급형 AP다.

갤럭시S24 시리즈는 지역별로 엑시노스2400이 탑재되기도 하고 퀄컴의 AP인 ‘스냅드래곤8 3세대’가 탑재되기도 한다. 다만 MX사업부는 아직까지 지역별로 어느 AP를 채택할지 확정하지 않은 채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X사업부의 지역별 AP선택은 엑시노스2400과 스냅드래곤8 3세대의 가격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업계에서는 엑시노스2400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WCCF테크는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400을 사용함으로써 갤럭시S24에서 더욱 많은 마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삼성전자가 통신사와 협력해 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는 재정적 자유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엑시노스2400은 성능측면에서 우려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한 엑시노스2200이 성능저하와 발열 문제를 나타낸 바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엑시노스2400도 이전 세대처럼 퀄컴 AP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IT전문매체 테크레이다는 갤럭시S23에 탑재되는 엑시노스2400를 두고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는 퀄컴의 스냅드래곤보다 나쁜 경향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엑시노스2400이 성능 측면에서 여전히 우려 요소를 안고 있는 만큼 퀄컴이 가격 인하에서 나서면 스마트폰 AP로서의 채택 가능성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MX사업부가 갤럭시S24의 엑시노스2400 채택률을 낮추면 시스템LSI사업부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시스템LSI사업부는 MX사업부를 가장 큰 거래처 가운데 하나로 두고 있다. 

엑시노스2200이 탑재된 갤럭시S22 시리즈는 2022년 한 해 동안 3천만 대가 팔릴 정도로 거대한 AP수요처였다. 갤럭시S23 시리즈는 올해 1분기에만 1100만 대가 팔린 만큼 2024년에 출시될 갤럭시S24 시리즈는 출하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 화웨이발 'AP 가격 경쟁' 가능성,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칩 득실 엇갈려

▲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프로세서(AP)인 기린 시리즈. <화웨이>


반대로 MX사업부는 퀄컴이 AP 가격 인하에 나서면 원가절감을 할 수 있어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MX사업부는 AP 단가인상에 따른 부담을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2023년 1분기 AP 구매에만 2조6402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밝혔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AP 구매 비용이 11.4%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자체 AP개발에 따라 사업부별로 다른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미국은 2019년 5월 화웨이를 무역제재 대상 기업으로 등재하고 미국기업들에게 정부 승인 없이는 화웨이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그 뒤 화웨이는 자체 AP개발에 속도를 높이는 한편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며 빠르게 스마트폰 생산량을 회복하고 퀄컴의 주요 AP고객사에 올랐다.

궈밍치 연구원에 따르면 화웨이는 퀄컴으로부터 2022년에 2300~2500만 개의 AP를 구매했고 2023년에는 4000만~4200만 개의 AP를 사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화웨이는 2024년부터 자체 개발 AP를 전면 채택하면서 퀄컴의 화웨이를 향한 AP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궈 연구원은 “2024년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에 대한 퀄컴의 출하량은 화웨이의 새로운 AP 채택으로 2023년보다 최소 5천만~6천만 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경향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IT전문매체 넷코스트는 궈 연구원의 전망에 근거해 퀄컴의 2024년 한해 손실액이 108억 달러(약 14조4천억 원)를 넘길 것으로 추산했다.

차용호 이베스트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법안 발표 당시 ASML의 CEO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압박은 자립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던 경고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