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삼성전자는 TSMC보다 미국 현지에서 빠르게 첨단반도체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각각 미국 텍사스 테일러와 애리조나 피닉스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TSMC는 공장 가동을 1년 연기한 반면 삼성전자는 예정대로 2024년 4나노 공정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TSMC는 현재 미국에서 숙련된 노동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현지 노동자들과 갈등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만 기업인 TSMC가 미국 노동자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채 공장 건설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미국에서 10년 동안 반도체를 생산하며 현지 경영 노하우를 쌓아온 삼성전자는 텍사스 지역사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지역 반도체 인력들을 직접 양성하는 등 순조롭게 테일러 신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4나노 반도체를 가장 먼저 생산한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파운드리 수주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인이다.
엔비디아, AMD, 퀄컴 등 4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은 대부분 미국 기업이다. 이들은 공급망 안정성, 운송 및 관세 비용을 고려해 미국에 위치한 공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 삼성전자가 고객사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계현 사장은 5일 서울대 강연에서 “테일러 공사 현장 직원이 ‘삼성전자는 오스틴에서부터 쌓아온 노하우를 가지고 미국에서 홈 경기를 하고 있고 경쟁사는 어웨이 경기를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며 “이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경 사장은 파운드리 기술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전력 소비와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시행착오를 먼저 겪으며 기술을 다듬은 만큼 2나노에서는 TSMC와 승부를 겨뤄볼만 하다.
TSMC는 2025년 2나노에서 GAA 방식을 처음 도입하는데 기존 핀펫 공정과는 완전히 다른 공정인 만큼 도입 초기 수율을 잡는 데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해외 IT매체 WCC테크는 “삼성전자는 2022년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며 TSMC와 파운드리 경쟁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2025년에 생산하는 2나노 반도체는 12%의 성능 향상, 25%의 전력효율 증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2나노 양산에 성공한다면 인텔, SMIC과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인텔은 올해 말 3나노, 2024년 2나노, 2025년 1.8나노를 양산해 파운드리 선두를 탈환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양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5나노를 건너뛰는 모험을 감행한 만큼 수율이 낮거나 양산 시기가 계획보다 늦춰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7나노 공정 기반의 메테오레이크도 당초 인텔이 약속했던 것보다 1년 이상 양산이 미뤄졌다.
SMIC은 미국의 제재로 극자외선(EUV) 장비 수입이 불가능한 만큼 삼성전자와 첨단공정에서 경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생산하는 7나노도 EUV가 아니라 정밀도가 낮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사용해 수율이 낮고 경쟁사보다 생산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는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들은 SMIC의 7나노 공정 수율이 50% 미만으로 업계 표준인 90%를 크게 밑도는 상태이기 때문에 생산량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