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엔비디아 파운드리 수성 의지, 패키징과 미국공장 증설에 기대 걸어

▲ 류더인(마크 리우) TSMC 회장이 9월6일 세미콘 타이완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대규모 패키징 공장 증설을 통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를 내년까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에도 속도를 내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의 반도체 수주 물량을 안정적으로 지켜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7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류더인 TSMC 회장은 대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박람회에 참석해 “인공지능 반도체 패키징 공급부족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첨단 반도체 패키징 수요가 연간 3배 수준으로 급증하며 TSMC가 고객사 주문에 모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TSMC가 약 80%의 수요 물량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며 패키징 공장 증설 효과가 나타나는 내년 말부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TSMC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은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고사양 제품에 활용되는데 올해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등 제품 위탁생산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공급부족을 겪고 있다.

엔비디아는 챗GPT의 등장 이후 빠르게 활성화된 글로벌 IT기업의 인공지능 투자 열풍에 대응해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를 독점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공급 능력이 한계를 맞으면서 삼성전자나 인텔 등 다른 파운드리 기업에 수주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류 회장은 이러한 문제가 반도체 제조가 아닌 패키징 분야에서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TSMC는 최근 대만에 29억 달러(약 3조8800억 원)를 들이는 패키징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투자로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 서둘러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류 회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고도화로 패키징 기술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TSMC가 관련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닛케이아시아는 “고사양 반도체 패키징은 인텔과 삼성전자, TSMC의 가장 중요한 전장으로 떠올랐다”며 앞으로 패키징 분야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TSMC는 현재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고객사 위탁생산 수요를 사실상 독차지하며 최상위 기업으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파운드리 미세공정 및 패키징 기술과 생산 능력에서 경쟁사들에 추격을 허용한다면 이러한 입지가 흔들리게 될 수 있다.

류 회장이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수성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는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하는 파운드리 공장도 순조롭게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TSMC는 최근 해당 공장의 가동 시기를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늦췄다. 전문 인력 부족과 현지 노동자들의 반발에 따른 노사갈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TSMC 엔비디아 파운드리 수성 의지, 패키징과 미국공장 증설에 기대 걸어

▲ TSMC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홍보용 이미지. < TSMC >

류 회장은 “(애리조나 공장은) 단기간에 새로운 지역에 설립된 만큼 대만 내 공장만큼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수 개월 동안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리조나 당국이 TSMC의 노사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TSMC는 미국 공장 건설을 통해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과 AMD 등 현지 고객사의 반도체 생산 물량을 수주하는 데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서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공장 가동이 지연되면서 삼성전자와 인텔 등 미국에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주요 경쟁사와 대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새 반도체 공장 가동을 TSMC보다 이른 2024년 말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며 속도전에서 점차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류 회장이 직접 패키징 공장과 미국 신규 파운드리 생산공장의 건설 진행 상황을 두고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 것은 그만큼 경쟁을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그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앞으로 TSMC에 큰 성장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는 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류 회장은 “지난 50년 동안의 반도체 기술 발전은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았다”며 “이제는 터널을 빠져나와 분명한 길이 보이는 만큼 다양한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