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국인투자자들이 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며 국내증시에 복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증권가에서는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현재 수급이 삼성전자 등에 쏠려 있어 전반적인 상승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증시에서 이날까지 5거래일 동안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됐다. 규모는 1조1736억 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마지막으로 5거래일 이상 순매수를 이어간 시기는 지난 5월 말로 약 3달여 만의 일이다.
국내증시가 상승장에 진입하려면 외국인들이 본격적인 순매수 사이클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증권가의 의견이었던 만큼 모처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증권가에선 앞으로도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계절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시기적으로 9월 이후 외국인들은 국내증시에서 매수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름휴가가 끝나고 다음해를 준비는 자금과 연말 배당을 기대하는 자금이 동시에 유입된다.
환율 측면에서도 외국인 수급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지난달 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8월 중순 1340원대에 머물기도 했으나 현재 환율은 1320원대에서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순매수세가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증시 전반을 끌어올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외국인 자금의 코스피 쏠림 현상이 심하다. 외국인은 지난 3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는 약 9303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코스닥에서는 191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코스피 시장 내에서도 엔비디아향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 전망에 힘입어 1일부터 주가가 반등한 삼성전자가 사실상 외국인 수급을 모두 흡수했다. 지난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는 9202억 원어치에 이른다.

▲ 경기와 수출 반등이 없으면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세도 오래가지 못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 환경이 시장 전체로 유입되기엔 다소 이른 국면이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기조와 국채 발행량 확대에 따른 영향을 지켜본 뒤 4분기가 돼서야 외국인 자금 유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이 돌아오고 있으나 문제는 삼성전자가 주식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며 “삼성전자 주가 급등에 따라 다른 종목 주가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국내증시가 외국인 수급의 효과를 제대로 받기 위해선 전체적인 경기와 수출 사이클의 반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증시에서는 주도업종이 오르면 다른 업종은 주가가 내리는 ‘치킨게임’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같은 선결요건이 충족돼야만 주도업종과 기타 업종이 함께 외국인 수급의 힘을 받아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적인 경기와 수출이 반등해 외국인 수급 효과가 반도체와 2차전지 업종에 고루 퍼지는 그림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와 수출의 확실한 반등 신호가 없으면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수주발 훈풍도 단기에 그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양 연구원은 “확실한 반등 신호가 없으면 모처럼 주가가 오른 삼성전자도 잦은 차익실현이 나타날 것”으로 보았다.
1일 주가가 6.13% 급등한 채 마감한 삼성전자는 4일에도 0.28% 상승마감했으나 이날은 차익실현이 매물이 나오며 0.70% 하락마감했다. 외국인이 1219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기관은 749억 원어치를, 개인은 466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