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솔루션이 미국 텍사스주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소의 모습. <한화솔루션> |
[비즈니스포스트] SK, 한화, HD현대 등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이 전력시장의 변화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2024년 6월부터 시행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에 따라 국내 에너지 시장에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일 에너지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분산에너지법이 시행에 따라 전력중개사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력중개사업은 중개사업자가 통합발전소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등에서 전력을 모아 전력시장을 통해 거래하는 사업을 뜻한다.
통합발전소는 실제 발전소가 아니라 소규모의 분산된 에너지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해 제어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흔히 가상발전소(VPP)라고 불린다.
가상발전소를 통한 분산형 전원의 통합 관리는 분산에너지 확산의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태양광, 풍력 등 주요 분산형 발전원은 기상조건에 따라 전력 공급이 불규칙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력은 계통의 안정을 위해 실시간으로 공급과 수요를 맞춰야 하므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계통 안정성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하지만 다수의 분산형 전원을 모아 하나의 발전원처럼 관리한다면 간헐성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올해 들어 분산에너지법의 통과를 전후해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 계열사의 전력중개시장 참여가 두드러졌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분산에너지법이 통과되기 전인 3월부터 전력중개사업에 진출했다.
분산에너지법이 5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7월에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과 SK에코플랜트도 전략중개사업에 뛰어들었다.
전력중개사업은 2021년 도입됐지만 시장이 크지 않아 중소기업들이 주로 시장에서 활동해 왔다.
하지만 분산에너지법 시행과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라 분산형 전원의 수와 재생에너지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기업도 적극적 태도로 돌아섰다.
전력중개사업의 주요 수입은 전력 및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판매 수입과 정확한 전력수요 예측에 보상하는 전력거래소의 정산시스템이다.
전력거래소는 중개사업자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다음날 예측되는 발전량을 제출받는다. 예측량의 오차가 실제 발전량의 8% 이내라면 kWh(킬로와트시)당 3~4원을 정산금으로 추가 지급한다.
▲ 전력중개사업의 수입 내용을 설명한 그래프. < HD현대에너지솔루션 > |
예측이 정확할수록 정산금도 많아지는 만큼 전력중개사업에 진출한 기업들은 예측 정확도 확보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2023년 3분기에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기반 입찰 플랫폼인 ‘파워젠(Power ZEN)’을 선보일 계획을 세웠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시험운영 기준 예측 정확도는 오차율 평균 약 4.6%로 기존 전력중개 사업자들의 오차율이 통상 5%대라는 점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전력중개사업의 시장 규모가 충분히 확대되지는 않은 만큼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은 미래시장 선점과 에너지 사업에서의 시너지 창출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전력중개사업 진출을 놓고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시스템 솔루션, 전기차 충전 사업 등과 분산에너지 사업을 연계해 시너지를 꾀하고 관련 데이터를 폭넓게 확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관계자는 “발전량 예측 기술을 고도화해 모집 자원을 지속 확대하고 향후 도입이 예상되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향후 태양광 사업뿐만 아니라 가상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융합플랫폼 서비스를 점차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하며 얻은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안정적인 신재생에너지 전력시장 구축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2024년 6월 분산에너지법 시행에 맞춰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분산에너지법 시행령 초안은 올해 안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