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공장 건설 계획을 더 미루거나 철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하는 반도체공장 가동 일정이 지연된 데 이어 투자 계획을 백지화하고 완전히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고개를 든다.
미국 현지 노동자들과 회사 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데다 바이든 정부에서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라 제공하는 보조금 규모도 불투명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31일 시장 조사기관 및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TSMC와 미국 사이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데이터는 “TSMC는 10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기술에서 ‘마법사’와 같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애리조나 공장 투자와 관련해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SMC가 최근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공장 가동 시기를 당초 예정된 2024년에서 2025년 또는 그 이후로 미루게 된 점을 비판한 것이다.
글로벌데이터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어 TSMC가 삼성전자에 패배할 위험마저 안고 있다고 바라봤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 일정이 지연되는 이유로 인력 부족 문제를 들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현지 노동자들과 회사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데 있다.
반도체공장 건설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이 TSMC의 소통 부족과 공사현장 안전 미흡 문제, 업무 문화 차이 등을 문제삼으면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이에 대응해 대만 노동자들을 대거 미국 공사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글로벌데이터는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기 원하는 젊은 근로자들이 줄어든 점도 인력 부족에 근본적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젊은 세대는 공장과 같은 현장 근무를 선호하지 않고 노동 강도에 비해 평균 급여도 적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공장 인력 부족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TSMC는 애리조나에 모두 400억 달러(약 53조 원) 규모 투자금을 들여 대형 반도체 공장단지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연히 다수의 인력이 필요한 데다 경쟁사인 인텔도 애리조나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있어 인력 확보와 관련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 과정부터 미국 노동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글로벌데이터는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하는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도 TSMC의 투자 계획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TSMC는 미국 정부에서 모두 170억 달러(약 22조5천억 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미국 내 공장 및 연구센터 신설 기업에 제공되는 금액이 520억 달러(약 69조 원)에 불과한 반면 삼성전자와 인텔, 마이크론 등 다수의 기업이 지원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 TSM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사진. < TSMC > |
글로벌데이터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초과 이익 반환과 사업 기밀정보 공유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TSMC가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면 미국에 반도체 기술을 빼앗길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TSMC가 미국 파운드리공장 투자 계획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고개를 든다.
글로벌데이터는 “노사 관계와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TSMC가 공정 건설 일정을 더 미룰 수 있다”며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완전히 미국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물론 TSMC가 지금까지 들인 투자를 고려하면 투자 계획을 완전히 접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대만 내 공장에서도 충분히 첨단 반도체를 공급할 능력할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데이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현지 노동자, TSMC가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공장 투자에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는 TSMC에 반도체 지원금 제공 조건을 완화하고 TSMC도 미국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청취하며 소통하는 등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만약 TSMC가 공장 건설 일정을 더 늦추거나 이를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다면 자연히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미국 고객사 확보에 유리해지며 반사이익을 거둘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텍사스주의 새 파운드리공장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