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바이오회사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블록버스터급 제품으로 여겨지는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도 약품가격 협상 대상에 포함되면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회사들의 수익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록버스터 약품 스텔라라 미국 약가 인하 가능성, 국내 바이오업체들도 촉각

▲ 3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IRA 약품가격 인하가 국내 바이오업체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인 픽사베이 바이오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3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IRA 약품가격 협상이 바이오시밀러 가격 책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미국 공공의료보험기관인 CMS와 협상을 통해 29일(현지시간) 처방의약품의 약품가격을 인하하는 내용을 포함해 메디케어 PartD(처방약 보험)의 10개 제품을 공개했다.

10개 제품 가운데는 존슨앤존슨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미국 제약사 얀센의 자기면역질환 치료제인 스텔라라도 포함됐다.

스텔라라는 다국적 제약사 얀센이 개발한 약물로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약물로 시장 규모만 연간 23조 원 수준의 블록버스터급 제품으로 평가 받는다.

해당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올해 10월1일까지 CMS와 약품가격 인하 협상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내년까지 가격을 협상해 2026년 1월1일부터 공공의로보험기관과 협상한 가격으로 인하해야 한다.

협상 참여를 거부하면 메디케어 적용 의약품에서 제외되거나 의약품 매출의 최대 90%에 해당하는 세금이 부과된다.

물론 미국 제약사들이 해당 법률과 관련해 정부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 대통령 선거가 내년으로 예정된 만큼 이들 결과에 따라 약품가격 인하 시기 등이 변경될 수 있다.

하지만 예정대로 법안이 시행된다면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29일(현지시간) "우리는 마침내 메디케어에 더 낮은 처방약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며 "미국 전역에 있는 수백 만명의 미국인들의 주머니에 더 많은 돈을 돌려줄 뿐만 아니라 연방정부의 적자를 줄일 것"이라고 의약품 가격 의지를 강조했다.

약품가격이 인하된다면 국내 바이오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비교해 저렴한 것이 장점으로 ‘박리다매’ 형식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스텔라라가 가격을 인하하게 되면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를 준비하던 국내 바이오회사들도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을 기존에 예상했던 가격보다 낮출 필요성이 커지는 셈이다.

특히 스텔라라는 미국에서는 올해 9월, 유럽에서는 2024년 7월에 특허권 만료를 앞두고 있어 국내에서도 다수의 기업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이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동아에스티는 임상3상까지 마무리하고 미국과 유럽 진출을 위해 품목허가 신청 등 출시를 위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셀트리온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과 관련해 개발사 얀센의 모회사인 존슨앤드존슨과 미국 내에서 특허 합의를 마쳤다.

의약품 특허 만료는 올해 9월이지만 이외 여러 특허가 추가로 등록돼 있어 이와 관련해 존슨앤드존슨과 합의가 필요하다. 이미 미국 판매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도 신청을 해뒀다.
 
블록버스터 약품 스텔라라 미국 약가 인하 가능성, 국내 바이오업체들도 촉각

▲ 얀센이 개발한 자가면역치료제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사진. <한국얀센>


삼성바이오에스피도 존슨앤드존슨과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SB17’의 미국 특허합의를 마치고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도 글로벌 임상3상을 마치고 올해 안에 미국 FDA에 품목허가 신청을 낼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바이오회사들이 대부분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공략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인하되면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벌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2022년 스텔라라는 117억1300만 달러(23조269억 원)가 팔렸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만 136억2800만 달러(약 17조7164억 원)가 팔려 전체의 77%에 이른다.

다만 미국 진출까지는 시간이 남은 데다 앞으로 의약품 지출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시밀러로 오히려 처방이 많아질 가능성도 나온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약품가격 인하 정책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내려가면 바이오시밀러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바이든 정부가 의료비 절감 의지를 보여준 만큼 앞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의 처방이 늘어나면 오히려 국내 바이오회사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