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 1년 곽재선 정상화 순조, 수출과 친환경차 유연한 전략 성과

▲ 국내 토레스 판매 돌풍이 잠잠해지는 가운데 곽재선 KG모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은 시장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펼치며 KG모빌리티의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은 곽 회장이 7월 토레스 유럽 출시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 KG모빌리티 >

[비즈니스포스트] 곽재선 KG모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9월1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곽 회장은 토레스의 국내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KG모빌리티를 영업흑자로 돌려세웠는데 최근 토레스의 판매 기세가 크게 꺾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곽 회장은 회사와 시장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펼치며 KG모빌리티의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29일 KG모빌리티 판매실적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7월 등장한 뒤 국내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킨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토레스는 최근 신차효과가 사그라들며 국내에서 판매 기세가 주춤하고 있다.

토레스는 올 3월만 해도 6595대가 국내에서 팔려나가 KG모빌리티 역대 단일 모델 월간 최다 판매기록을 새로 썼다. 이는 같은 달 국내에서 판매된 모든 SUV 가운데 기아 쏘렌토(6890대)에 근소하게 뒤진 2위에 해당하는 판매실적이었다.

하지만 토레스 국내 판매량은 4월 3553대, 5월 2463대로 감소세를 보이다 7월엔 1443대에 그치며 출시 뒤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에 KG모빌리티는 최근 토레스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7월 토레스는 전달보다 51.7%나 증가한 1768대가 해외에서 판매되며 KG모빌리티 라인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출실적을 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KG모빌리티는 7월 모두 6805대를 선적해 2104년 이후 9년 만에 월간 최다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흐름은 곽재선 회장의 경영행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앞서 곽 회장은 3월30일 '2023 서울모빌리티쇼' 언론공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내수보다 수출 위주로 전략을 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곽 회장은 다음날인 3월31일 베트남을 직접 방문해 푸타그룹 아래 킴롱모터와 현지 조립생산(KD) 및 생산설비 일체 공급 계약을 맺었다. 킴롱모터는 베트남 중부 다낭 인근 산업단지에 KG모빌리티 전용 KD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는 KG모빌리티의 동남아시아지역 첫 생산 거점이다.

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내년 하반기엔 티볼리와 코란도, 토레스가, 2025년 하반기부터는 렉스턴과 뉴 렉스턴 스포츠(칸)의 베트남 현지 조립 생산을 시작한다.

계약물량은 2024년부터 2029년까지 6년 동안 22만6천 대로 연평균 약 3만8천 대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KG모빌리티가 전 세계로 수출한 4만5294대의 8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곽 회장은 국내 시장에서 토레스의 인기를 바탕으로 부활의 기반을 다졌는데 수출까지 늘리면서 완전한 경영 정상화를 향해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곽 회장은 지난해 8월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으로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를 인수한 뒤 같은 해 9월 쌍용차 회장에 올라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그 해 11월 기업회생절차를 마쳤고 토레스의 안정적 생산을 뒷받침하며 4분기 별도기준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올해 들어서도 수출 길을 넓히며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이익 282억 원을 내며 7년 만에 상반기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취임한지 1년이 지나면서 '곽재선표 경영 전략'의 윤곽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KG모빌리티의 품에 안기기까지 주인을 4차례나 바꾸며 굴곡진 길 걸어온 쌍용차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수출 확대와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친환경차 라인업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여겨졌다.

곽 회장은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나가는데 있어 KG모빌리티의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들고 유연한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차별화한 전략을 펼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곽 회장은 4월 KG모빌리티 '비전테크데이'에서 "자동차 시장에서 유럽과 같은 큰 시장도 있지만 아프리카와 남미 같은 작은 시장도 있다"며 "KG모빌리티의 능력에 맞게 해외 현지에 맞는 다변화된 방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KD, SKD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겠다"고 덧붙였다. KG모빌리티의 공장 생산능력에 맞는 '틈새'시장을 찾아 CKD(완전분해제품), SKD(반조립제품) 등 현지 조립생산(KD) 방법을 동원해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KG모빌리티는 내년 4월부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조립생산을 시작한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 협력사 SNAM과 현지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고 SNAM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사업단지에 완성차 생산부지를 확보했다.

계약 물량은 SKD와 CKD 생산을 합쳐 앞으로 7년 동안 렉스턴 스포츠(칸) 9만 대, 렉스턴 7만9천 대 등 모두 16만9천 대다.

최근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토레스는 하반기에 수출 물량을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KG모빌리티는 지난달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유럽 22개국 대리점 대표 및 판매 책임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레스 출시 행사를 열고 유럽 현지 판매를 본격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곽 회장은 "국내 시장에서 상품성이 입증된 토레스 론칭을 시작으로 새로운 기회와 성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G모빌리티 1년 곽재선 정상화 순조, 수출과 친환경차 유연한 전략 성과

곽재선 KG모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3월30일 '2023 서울모빌리티쇼'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토레스EVX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KG모빌리티 >

곽 회장은 인수 당시 코란도 이모션에 머물러 있던 KG모빌리티의 전동화 전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최근 전기차 토레스 EVX 출시를 예고된 시점보다 2개월가량 앞당긴 9월로 확정했다. 앞서 곽 회장은 KG모빌리티 임직원들에게 토레스 EVX 출시 시점을 앞당길 방안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KG모빌리티는 쌍용차 시절인 지난해 2월 브랜드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했지만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300km대 초반에 그친 데다 충분한 배터리를 확보하지 못해 지난해 301대의 저조한 판매량을 남기고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토레스 EVX는 값싼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경쟁력을 키우고 433km의 주행거리를 인증 받아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곽 회장은 내년부터 토레스EVX 기반의 전기 픽업트럭 O100(이하 프로젝트명), 코란도의 유산을 이어받은 KR10, KG모빌리티의 첫 번째 전용플랫폼을 기반 전기차 F100을 차례로 출시하며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곽 회장은 최근 국내 시장 변화에 발맞춰 애초 세웠던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는 전동화 전략을 새로 손봤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토레스 출시 행사에서 토레스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는 고려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KG모빌리티는 지난 16일 2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2025년 토레스 기반의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하이브리드 수요 증가세가 예상을 넘어 지속되는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KG모빌리티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2개사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과 엔진 CKD(반조립 생산) 및 국산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6년 이후에는 KR10, O100, F100 등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장할 계획도 세웠다.

취임 1주년을 앞둔 곽 회장은 최근 토레스가 댕긴 수출 불씨를 키우는 데서 KG모빌리티의 성공적 수출 확대와 전기차 전환을 향한 여정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토레스의 발칸반도 등 신흥시장에 대한 적극적 진출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토레스 EVX 출시를 통해 국내 시장의 토레스 열풍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