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수소터빈 개발 속도, 정연인 ‘징검다리’ 가스터빈 사업도 확대 

▲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소사업의 핵심 퍼즐인 수소터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이 수소 사업의 핵심 퍼즐 가운데 하나인 수소터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에 성공한 가스터빈은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터빈 전 단계의 징검다리로 평가되는데 정 사장은 가스터빈의 적용처를 넓히며 이익기반도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두산에너빌리티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100% 수소 연료로 가동되는 400MW급 수소터빈 개발 목표시점을 2027년으로 잡고 기술력 확보를 위해 국내외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 쓰고 있다. 

수소터빈은 연소 가스로 터빈을 가동하는 가스터빈에 수소 연소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100% 수소 또는 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 혼합 연료를 사용하는 수소복합발전소의 핵심 주기기다.

가스터빈은 연소기 노즐 및 일부 부속설비 변경을 통해 탄소배출 저감이 가능한 수소터빈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3년 처음 가스터빈 개발을 본격 시작해 2019년 6년 만에 초도모델 생산에 성공한 뒤 2022년에는 세계에서 5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270MW급) 개발도 마무리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으로 수소시대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에 발맞춰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터빈을 미래 성장 사업 가운데 하나로 낙점하고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고효율 H급 대형 수소터빈 기술 개발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H급 대형 수소터빈은 1500℃ 이상의 고온을 견딜 수 있는 초내열 합금 소재로 제작한 고효율 터빈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6월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두산에너빌리티, 한전전력연구원, 한국전력기술, 한국기계연구원, 울산테크노파크, 유니콘시스템, 발맥스기술, 성산기업, 인천대, 인하대 등 산업계·학계·연구단체가 함께 ‘H급 대형 가스터빈 50% 수소혼소 기술 개발과 실증 국책과제’를 추진하는 협약을 맺었다. 
 
두산에너빌리티 수소터빈 개발 속도, 정연인 ‘징검다리’ 가스터빈 사업도 확대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이 수소터빈 개발에 속도를 내며 그 전 단계인 가스터빈을 통한 이익기반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고효율의 H급 수소터빈을 사용하면 기존 수소터빈(E급) 대비 한해 약 700억 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가 이 국책과제를 통해 연구 성과를 거둔다면 수소터빈의 경제성을 앞세워 수주 확대에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도 수소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터빈 기술개발뿐 아니라 수소복합발전에 필요한 기반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도 힘쓰며 수소터빈 사업의 기반을 닦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도 수소터빈 사업화를 위한 중요한 기반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암모니아는 수소와 질소의 화합물로 액화수소보다 단위 부피당 1.7배의 수소를 더 저장할 수 있어 효율적 수소 운반체로서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운반체인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크래킹(분해) 기술이 없다면 운반체로서 의미도 작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영국의 암모니아 크래킹 솔루션업체 존슨매티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은 수소복합발전소에 적용했을 때 암모니아를 분해할 때 발생하는 질소의 영향으로 수소터빈의 성능이 향상되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는 장점도 지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존슨매티와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존슨매티에 기술개발 연구용역도 맡겼다. 존슨매티는 수소복합발전소와 연계하기 위한 암모니아 크래킹 모델 개발연구를 올해 말까지 수행하기로 했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수소시대가 도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산업은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해 이를 저장·운반하고 활용하는 데까지 수많은 인프라와 생태계가 구축돼야하기 때문이다. 

2030년 이후에는 일정 부분 수소 산업이 경제성을 갖춰가며 자리를 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수소가 화석연료를 의미 있는 수준까지 대체하려면 적어도 2050년은 돼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다고 기업들로서는 수소산업이 경제성을 갖출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수소산업이 무르익기 전부터 산업의 표준과 방향성을 둘러싼 주도권 쟁탈전은 이미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소터빈 사업은 수소시대를 겨냥하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이익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수소터빈의 전 단계인 가스터빈을 통해 여러 사업 기회를 노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가스터빈은 유지·보수 수요를 동반하는 만큼 한 번 수주하면 지속적으로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연인 사장도 가스터빈의 사업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6월 한국중부발전과 2800억 원 규모 보령신복합발전소 주기기 공급계약을 맺으며 초대형 가스터빈의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총 발전용량 569MW 규모의 보령신복합발전소는 2026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충남 보령시에 건설된다. 
  
정연인 사장은 이 계약을 체결하며 "대한민국 가스복합발전의 표준을 제시하는 국내 첫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며 "회사의 역량을 총 동원해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이를 통해 국내 가스터빈 산업 생태계 활성화는 물론 해외 시장 진출의 초석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보령신복합발전소는 처음부터 수소복합발전을 염두에 두고 건설된다. 한국중부발전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보령신복합발전소의 수소복합발전소 전환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630°C급 로터(Rotor) 개발에도 성공해 이를 보령신복합발전소에 적용할 준비도 하고 있다. 

로터는 터빈, 발전기와 같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기기에서 회전축 역할을 하는 원통형 제품이며 무게는 17.5~37.0톤, 직경은 0.95~1.28m, 길이는 6.1~8.5m의 대형 단조품이다. 이 로터에 다수의 블레이드를 부착해 스팀터빈을 제작한다.
 
두산에너빌리티 수소터빈 개발 속도, 정연인 ‘징검다리’ 가스터빈 사업도 확대 

▲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가스터빈.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보령신복합발전소에 공급하는 가스터빈은 380MW급 초대형 제품으로 복합발전 과정을 통해 생산한 증기가 620°C 고온이어서 기존 로터를 그대로 사용하면 강도, 내구성 문제로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 또 기존 로터에 맞추기 위해 스팀 온도를 냉각하면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런 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한 끝에 630°C급 로터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고강도, 고인성 630°C급 로터를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 기술을 기존 발전용 이외 분야로도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와 '터빈 베인/블레이드 주조품 제작 및 후가공' 과제를 수행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항공용 가스터빈 사업도 본격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항공용과 발전용 가스터빈은 동일한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 원리와 구조가 유사하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세계에서 5번째로 초대형 발전용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할 정도로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항공용 가스터번 분야로도 사업을 넓혀가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인 사장은 부산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기계공학도로서 기계공학적 기술이 총집결돼 있는 가스터빈에 남다른 애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2019년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 개발 6년 만에 초도모델을 생산하고 창원공장에서 개최한 가스터빈 최종 조립행사에서 “한 사람의 기계공학도로 말하건대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며 “기계공학이 다루는 3역학(열역학, 유체역학, 재료역학)과 관련한 기술이 모두 정점에 이르러야 만들어낼 수 있는 설비”라며 기술력에 관한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