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팰리세이드에 토레스까지, 국내 친환경차 시장 하이브리드차 봇물

▲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가 잇달아 하이브리드 신차를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어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휘발유차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차 팰리세이드. <현대차>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친환경차 판도가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차로 다시 기울어지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잇달아 인기 내연기관차 모델의 하이브리드차 출시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30년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국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절반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자동차도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사이의 '징검다리'로 여겨지는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뿐 아니라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휘발유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판매 볼륨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는 모두 17만6456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39.6% 크게 늘었다. 반면 전기차는 같은 기간 9만3080대가 팔려 판매 증가율이 10%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 연간 판매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전년대비 증가율이 각각 63.8%, 14.3%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두 친환경차의 판매 증가세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는 아직 전기차에 익숙지 않은 국내 소비자들이 충전과 관련한 불편함과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올해 2월 발표한 '2023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우려하는 요인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충전 소요 시간(4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전기 배터리 안전·기술문제(46%)와 충전 인프라 부족(42%), 비싼 가격(38%) 등이 뒤를 이었다.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품은 하이브리드차는 주유를 하는 내연기관차면서 친환경차로도 분류된다. 

최근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친환경차 수요층에서 전기차 관련 우려 역시 부각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와 달리 외부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가격도 전기차보다 저렴하다. 투싼 하이브리드 모델은 동급의 전기차 아이오닉5과 비교해 시작가격이 2천만 원 가까이 낮다. 아이오닉5 구매자가 국고 및 지방자치단체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모두 받아도 가격 차이가 1천 만원을 넘어선다.

또 휘발유차와 비교해서는 차량 가격이 20%가량 비싸지만 리터당 연비가 약 30~50% 더 높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모든 자동차 가운데 사용연료별로 차지하는 비중은 휘발유차 51.7%, 경유차 18.5%, 하이브리드차 16.6%, 전기차 8.8%, LPG차 3.6% 등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 수요 증가에 발맞춰 하이브리드 신차를 잇달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어 앞으로 하이브리드차는 판매 확대 기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조만간 판매가격이 낮아 경제성이 없는 경차 등을 제외한 모든 라인업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제네시스 제외)는 2025년 출시할 준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팰리세이드 2세대 완전변경 모델(LX3)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제네시스 제외)는 경차 캐스퍼와 소형 SUV 베뉴를 제외한 모든 승용 내연기관차 라인업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추게 된다.

기아는 11월쯤 대형RV(레저용 차량)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에 없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카니발은  올해 1~7월 국내에서 4만5459대가 팔려나가 브랜드 내 최다 판매실적을 올린 모델이다. 기아 역시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되면 올해 국내 브랜드 승용 누적판매 톱 10 모델 가운데 경차인 모닝과 레이를 제외한 모든 라인업에 하이브리드차가 포진하게 된다.
 
카니발 팰리세이드에 토레스까지, 국내 친환경차 시장 하이브리드차 봇물

▲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 정측면 최종 디자인 예상도. <유튜브 채널 '뉴욕맘모스' 캡처>

KG모빌리티는 기존에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는 선택과 집중의 친환경차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KG모빌리티는 이달 16일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5년 토레스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고 2026년 이후에는 KR10(이하 프로젝트명), O100, F100 등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하이브리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는데 따른 결정으로 KG모빌리티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2개사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과 엔진 CKD(반조립 생산) 및 국산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애초부터 2025년까지는 하이브리드 신차 생산에 집중할 계획을 세웠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10월 국내에 브랜드 첫 하이브리드차인 XM3 E-테크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현재는 르노그룹 및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회사 길리(지리)그룹과 함께 내년에 선보일 중형SUV 친환경차(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이와 별개로 2025년에도 중대형급 하이브리드 신차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국내시판 국산 하이브리드차는 XM3를 제외하면 모두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전기차 생산비중을 유럽에서 54%, 미국에서 75%, 한국에서 36%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기아의 2030년 전기차 판매비중 목표는 한국 44%, 북미 47%, 유럽 74% 등이다. 

두 회사의 2030년 기준 전기차 목표 생산 및 판매비중이 한국에선 절반에 훨씬 미치지 못해 7년 뒤에도 여전히 내연기관차 판매가 우위를 차지할 공산이 큰 셈이다.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가 국내에서 잇달아 하이브리드 신차를 내놓을 계획을 세운 데다 현대차그룹의 내연기관차 판매 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 증가하고 있어 하이브리드차는 앞으로 휘발유차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판매량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7월 현대차와 기아의 전체 승용차 판매량은 57만3090대로 1년 전보다 14% 늘었는데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15만5359대로 43.6% 급증했다. 하이브리드차 증가율이 전체 승용차 증가율의 3배를 넘어서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출시한 싼타페 하이브리드모델부터 자체 설계한 배터리를 탑재하며 하이브리드차 관련 모든 기술을 내재화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수익성을 한층 끌어올릴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에 현대차 입장에서도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 전략을 강화할 공산이 커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가 규모의 경제 갖추는 시기까지 하이브리드차가 현대차의 수익성 지켜줄 것"이라며 "2030년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는 순수 내연기관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차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