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물 부족 확산, 전문가들 '막지 못하면 재난돼' 각국 정부 대응 촉구

▲ 유럽에서 물 부족 국가가 증가했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도 수자원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럽은 기후변화에 가장 큰 기온상승폭을 겪고 있어 수자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데다 비효율적인 상하수도 체계로 유실되는 물이 많기 때문이다. 사진은 가뭄에 메마른 연못 위를 걷고 있는 프랑스 농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 대륙에 물 부족을 겪는 지역이 넓어져 국가 차원에서 수자원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에서 물 부족 국가가 증가해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가뭄 피해를 자주 겪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을 넘어 전통적으로 수자원이 풍부한 독일과 폴란드 등 국가들을 ‘물 스트레스’ 지역에 편입했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는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량을 산정하고 이에 따라 ‘물 기근’과 ‘물 스트레스’ 그리고 ‘물 풍요’ 국가로 분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럽이 모든 대륙 가운데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면서 다른 지역보다 가뭄과 물 부족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비에 르플레브 경제협력개발기구 환경국 수자원팀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어떤 유럽 국가도 물 부족 위기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며 ”유럽은 전통적으로 물이 풍부한 대륙이라 정책결정권자들이 대체로 물 부족을 심각한 위기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은 수자원 공급을 샘물과 강물에 많이 의존하는데 적어진 강우량으로 표층수가 마르자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 곳이 늘었다.

제프 타운센드 미국 수자원 연구기업 에코랩 소속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표층수는 우리가 얻기 가장 쉬운 수자원이라 낭비하기 쉽다”며 “표층수가 마르면 지하수를 쓰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지하수 역시 금방 말라버린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수분이 없어진 지질은 물을 흡수하고 보존하는 능력이 떨어져 미래 수자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효율적인 상하수도 체계가 유럽의 수자원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뒤를 이었다.

유럽 수자원 연구기관 ‘유르오(EurEau)’에 따르면 유럽에서 마실 수 있는 물 가운데 25%가 배관 누출로 유실되고 있다.

고대 로마제국 시절부터 쓰던 상수도를 그대로 쓰는 건물이 많은 이탈리아 로마는 유실률이 42%에 달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독일을 제외한 모든 유럽 국가가 현재와 같이 안정적 물 공급을 유지하려면 수자원 확보에 사용하는 예산을 25% 증액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르플레브 팀장은 “모든 누수관을 고치는 것은 예산 때문에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누수되는 물을 10%까지 줄이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 차원에서 수자원 보존을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선 유럽 국가는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오히려 가정용 수도세를 아예 부과하지 않는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 대다수가 아직도 낮은 수도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타운센드 에코랩 연구자는 “정책결정권자들이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 수도관에서 물이 메마르기에 앞서 재난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2030년에는 세계적으로 물 수요가 공급보다 56%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