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하반기 리스크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고금리 시대가 이어지며 올해 치솟은 대출 연체율이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체율 관리는 비용으로 인식되는 만큼 은행의 순이익 순위도 바꿔놓을 수 있다.
 
5대 은행 하반기 리스크 관리 중요, 고금리 지속에 은행 순이익 순위도 바뀔 판

▲ 고금리 시대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5대 은행의 하반기 리스크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고금리 흐름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5대 은행의 하반기 리스크 관리 능력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전 세계 금리 향방을 가늠케 하는 미국부터 기준금리 인하 흐름에서 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은 역대급 기준금리 인상에도 아직까지 인하에는 선을 긋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25일(현지시각)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고점에서 내려온 것은 환영할 만 한 일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며 “적절하다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오히려 고금리 추세가 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융비용(금리)이 지난 10년처럼 연 1~2%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고금리는 은행에 양날의 검이다. 예대마진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연체율도 밀어올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은행 대출 신규연체율은 실제로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흐름을 타고 치솟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은행권 신규연체율은 0.09%로 지난해 6월(0.04%)의 두 배 수준이었다. 5월보다는 0.01%포인트 감소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석이 많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규연체율은 은행이 부실채권 관리 등으로 어떻게 손을 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신규연체율은 5월보다는 감소한게 맞으나 전체 경제 측면에서 분기 혹은 반기마다 정산하는 효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5대 은행 하반기 리스크 관리 중요, 고금리 지속에 은행 순이익 순위도 바뀔 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한국은행>


은행들이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부실채권 정리에 나섰고 상매각(부실채권 처리) 규모는 6월에는 대략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6월 은행 연체율을 보면 높아진 금리 부담이 나타나고 있다”며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코로나19 국면 이후 처음으로 3조 원을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순이익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위도 바꿔놓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실채권 상매각은 결국 비용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상반기 순이익 1등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차이는 6116억 원이었다. 5대 은행의 대손상각비는 적게는 3800억 원, 많게는 7천억 원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농협은행은 상반기 순이익 ‘1조 클럽’에 발을 들여놓으며 우리은행을 맹추격했는데 둘 사이 순이익 차이는 2251억 원에 불과했다. 1분기에 1위를 뺏겼다 상반기에 다시 자리를 찾아온 국민은행은 하나은행을 겨우 195억 원 차이로 제쳤다.

상반기 부실채권 비율이나 손실흡수능력을 살펴보면 5대 은행이 모두 미세하게 다른 위치에 있고 방향성도 달랐기 때문에 하반기 순위 변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각 은행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손실흡수능력(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14.81%포인트 늘어난 농협(286.55%)이 제일 컸고  5.51%포인트 줄어든 KB(253.86%)와 16.44%포인트 늘어난 하나(243.76%), 34.31%포인트 줄어든 우리(229.12%), 4%포인트 늘어난 신한(206%) 순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 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농협(0.29%)이 가장 높았고 신한(0.27%) 국민(0.25%), 우리(0.24%), 하나(0.21%) 순이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