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기업이 국가 안보를 지키는 '실리콘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잘못되었다는 대만언론의 논평이 나왔다. 대만 TSMC 반도체 생산공장.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이 TSMC와 같은 주요 기업의 반도체 기술력으로 국가 안보를 지키고 있다는 ‘실리콘 방패’가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개념에 불과하다는 현지언론의 비판이 나왔다.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핵심이 되는 근본적 원인은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인 만큼 정치권에서 TSMC의 사업적 의사결정 등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5일 대만 경제일보는 “실리콘 방패와 관련한 (정치권의) 주장은 이제 멈춰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정치인들이 반도체를 국가의 무기로 인식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기술이 국제 정치와 외교, 군사 등 분야에서 중국과 같은 외부 세력의 위협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일보는 TSMC를 중심으로 하는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이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재현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사례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대만 정부의 지속적 투자와 학계의 인재 육성, 장중머우 TSMC 창업자와 같은 뛰어난 인물의 기여가 장기간에 걸쳐 대만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경제일보는 정부 주도로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미국과 유럽, 중국 모두 대만과 같은 사례를 재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공정 기술과 같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내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대만 이외 국가에서는 우수한 인력을 대거 확보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대만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반도체 경쟁력을 국가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외교와 안보에 유리한 요소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TSMC 등 대만 반도체기업의 우수한 역량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거나 중국의 침공 위협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TSMC의 해외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 등을 두고 정치권에서 압박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반도체 기술과 인력 유출이 대만의 국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일보는 다른 국가에서 아무리 많은 지원을 투입하더라도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것은 TSMC와 같은 반도체기업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대만의 국가 안보에 가장 핵심이 되는 변수인 만큼 TSMC가 이 과정에서 방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일보는 대만 정치권에서 TSMC와 반도체산업을 무기로 삼는 일이 오히려 중국의 침공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며 실리콘 방패라는 개념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반도체가 국가 안보를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해석은 국제 정치와 외교, 전쟁의 논리를 잘못 이해한 데 따른 것이라는 의미다.
류더인 TSMC 회장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대만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중국의 침공 여부에 변수가 될 수 없다는 견해를 전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양국의 결정에 달려있을 뿐 TSMC가 사업적으로 어떠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는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TSMC는 최근 대만 이외에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여러 국가로 반도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객사 수요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려는 목적이다.
대만 정치권에서 TSMC의 이러한 행보가 대만의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실리콘 방패를 해칠 수 있다는 여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경제일보가 이러한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평을 내놓은 셈이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