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3-08-24 16: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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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깜짝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 반도체 관련 종목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반도체주 랠리'가 다시 한 번 펼쳐지면서 국내 반도체주가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내면서 반도체주를 향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사진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9일 열린 컴퓨터 그래픽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1.64%(1100원) 오른 6만8200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전날보다 4.22%(4900원) 올라 12만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주가가 12만 원을 회복한 것은 12거래일 만의 일이다.
이날 국내 반도체주 강세의 배경에는 전날 밤 발표된 엔비디아의 2분기 호실적이 있다.
전날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성장한 135억1천 달러를 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은 2.70달러다. 시장의 예상치(매출 112억2천만 달러, 주당순이익 2.09달러)를 큰 폭으로 넘어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매출이 크게 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데이터센터 사업부 매출은 103억2천 달러로 지난해보다 171% 성장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시장의 예상치를 큰폭으로 뛰어넘는 성적을 내면서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는 실적과 실적 전망치 상승으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됐다"며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 분야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증시 전반적인 강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반도체 업계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예상보다 부진한 주가흐름을 이어왔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기대가 실린다. 애초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가 하반기에 반등을 시작하면서 국내증시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들 종목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며 답답한 흐름을 이어왔다.
7월만 해도 7만 원 위에서 움직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7월말 들어 6만 원대로 도로 내려섰다. 7월 중 12만 원 후반까지 올랐던 SK하이닉스도 11만 원대로 내리는 등 제한된 범위 내에서 움직였다.
이러한 가운데 AI 수요증가가 엔비디아의 실적을 통해 확인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다시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사진은 SK하이닉스가 개발한 HBM3(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용 반도체에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AI 수요증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HBM 점유율 50%, 삼성전자가 40%를 차지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HBM이라는 차별화된 제품이 경쟁 우위를 확보한 상황이다"며 "HBM을 통해 경쟁업체들과는 다른 가격 가정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반도체 랠리가 나타날 때에는 삼성전자 대비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폭이 가팔랐다. 상반기 동안 삼성전자(30.6%) 주가가 30% 오른 가운데 SK하이닉스(53.6%) 주가는 50% 이상 상승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커 SK하이닉스 대비 몸집이 무거운 점과 SK하이닉스가 HBM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HBM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5세대 제품을 개발해 엔비디아에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4세대에 제품에 대한 품질 승인을 최근에 완료한 상황이다.
이에 엔비디아발 AI 모멘텀이 부각된 가운데 이날에도 SK하이닉스(4.22%)가 삼성전자(1.64%)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강세를 보였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로 일중 고가에 근접해 장을 마감했지만 미국 금리와 중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수급이 강하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이번 실적 발표를 계기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라는 '내러티브가 다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주 주도권 탈환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