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MM 인수전에 독일 해운선사 ‘하팍로이드’(hapag-lloyd)가 뛰어들었다.

채권단 측이 국내 해운산업의 재건 등의 이유를 들어 외국기업에 HMM의 경영권을 넘기지 않을 것이 뻔함에도 하팍로이드가 예비입찰에 응한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HMM 외국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 독일 해운선사 하팍로이드 속내는

▲ 독일 국적선사 하팍로이드가 HMM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매각 측이 HMM을 해외기업에 넘기자 않을 의지를 여러번 내비친만큼 인수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2019년 6월 롤프 하벤 얀센(Rolf Habben Jansen) 하팍로이드 CEO(왼쪽 두 번째)가 한국을 방문해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왼쪽 첫 번째)과 미팅을 가지고 사진을 찍고 있다.


24일 해운업계에서는 하팍로이드가 예비입찰에 참가한 것을 두고 인수 자체보다는 인수과정에서 내부정보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예비실사에 참여할 수 있다면 하파그로이드가 경쟁기업인 HMM의 내부 정보를 힘들이지 않고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팍로이드는 HMM보다 선복량이 2배 이상 많지만 태평양에서는 아시아권 해운사들에게 밀려 맥을 못추고 있다. 이는 선사들의 영업망이 지역의 영향을 받는 탓이다. 

해운선사별 아시아-미주서안 항로의 2023년 상반기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헤드-홀(아시아→미주서안)의 경우 HMM 5.9%, 하팍로이드 3.7%이며 백홀(미주서안→아시아)의 경우 HMM 7.8%, 하팍로이드 2.2%이다. 

경쟁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내부정보 획득을 염두에 둔 듯한 응찰 사례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건설기업 동일은 2016년 동부건설, 경남기업의 매각 예비입찰에 참석해 예비실사를 마친 뒤 정작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물론 하팍로이드가 HMM 경영권 인수를 진지하게 고려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팍로이드는 1847년 설립된 독일 기업으로 선복량 188만TEU의 세계 5위의 컨테이너선 선사이다. 

하팍로이드는 다수의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하팍로이드는 △2005년 캐나다의 ‘CPShips’ △2014년 칠레의 CSAV △2017년 아랍권의 UASC 합병 △2021년 네덜란드의 Nile Dutch △2022년 독일의 DAL 등 다수의 해운선사를 집어삼키며 현재에 이르렀다.

하팍로이드의 인수합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아메리카 및 아프리카를 오가는 항로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최근 인수한 항만터미널 등도 중남미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팍로이드의 올해 상반기 노선별 운송실적을 살펴보면 △남아메리카(Latin America) 144만TEU △대서양(Atlantic) 104만TEU △극동(Far East) 105만TEU △태평양(Transpacific) 85만3천TEU △중동(Middle East) 72만TEU △아시아역내(intra-asia) 35만TEU △아프리카 35만TEU 등으로 남아메리카 항로에서 강세가 확인된다.

HMM을 품는다면 하팍로이드의 선복량도 267만TEU로 늘어나게 되며 해운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하팍로이드는 2023년 상반기 매출 108억4700만 달러(14조3451억), 과세전 연결순이익 31억 달러(4조1433억 원)를 거뒀다. 유동성준비금(Liquidity reserve)은 100억7100만 달러(13조3138억 원)로 HMM을 인수할 자금은 충분해 보인다.
HMM 외국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 독일 해운선사 하팍로이드 속내는

▲ HMM 경영권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 하팍로이드 등 4곳의 기업이 응했다.



HMM의 하팍로이드로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HMM은 한진해운의 파산이후 남은 유일한 원양 컨테이너 국적선사이기 때문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은 올해 1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국적 원양선사의 국가적 중요성, 대체 선사가 없는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최적의 인수자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간 기본적인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해운업계는 HMM이 하팍로이드의 예비입찰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부산항발전협의회는 HMM의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23일 발표했다.

이들은 컨테이너 운송자산, 터미널 및 수십 년간 쌓아온 해운물류 노하우 등 값으로 매기기 어려운 국가자산의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