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증강현실 사업 혼란에 삼성전자와 협력도 '흔들', 비전프로 추격 멀었다

▲ 구글이 증강현실(AR) 기기의 개발 방향을 일관성 없이 여러 차례 바꿔 기술 개발에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협업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진은 '구글 글래스'의 홍보용 영상에서 갈무리. <구글>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이 증강현실(AR) 기기의 개발 계획을 단시일 내에 수차례 바꾸면서 내부 임직원이 혼란을 느낀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일관성이 없는 개발 과정 때문에 삼성전자를 포함한 협력사와 협업 또한 차질을 피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구글이 삼성전자와 협업에 차질을 빚는다면 내년 초 나올 애플의 ‘비전프로’를 따라잡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의 전현직 임직원 7명의 발언을 인용해 “구글은 증강현실 기기 개발 방향을 6개월마다 바꿨다며 "기술 개발에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구글의 증강현실 기기는 원래 한쪽 눈에만 착용하는 단안형 형태였다. 이후 일반적인 안경처럼 투명한 양안형으로 바뀌었다가 선글라스처럼 불투명한 안경알로 그리고 다시 투명한 안경알로 전환됐다. 

구글 경영진은 새로 구상한 증강현실 기기를 확인할 때마다 “제품이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다”고만 의견을 냈다.

제품 개발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추상적인 내용의 지시만 일관성 없이 내렸던 것이다. 

구글은 2010년대 초반 증강현실 안경인 ‘구글 글래스’ 개발에 실패했다. 

구글은 실패를 만회하고자 2020년 증강현실 안경을 개발하는 다른 프로젝트인 ‘아이리스(Iris)’를 시작했다. 

증강현실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노스’와 ‘랙시엄’을 수억 달러를 투자해 인수했다. 

그러나 증강현실 기술 권위자인 마크 루코브스키 개발총괄, 수석 제품 개발자인 에디 정 등 핵심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아이리스 프로젝트 또한 2023년 연초에 중단됐다. 

퇴사 당시 루코브스키는 증강현실 팀의 리더십과 구글의 불확실한 비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은 ‘아이리스 프로젝트’를 통해 증강현실 하드웨어 제조사로 자리잡고자 했다”며 “그러나 개발 계획이 계속해서 바뀌고 경영진이 리더십을 잃으면서 구글의 하드웨어 제조 노력이 무색해졌다”는 구글 임직원의 의견을 함께 보도했다.

구글이 제품 개발 방향을 일관성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와 협업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삼성전자가 최근 확장현실 사업 계획을 공식화하며 구글을 협력사로 확보했다고 발표했던 만큼 구글의 내부 혼란은 동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이 증강현실 하드웨어 기기 개발팀을 2개 운영한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협업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이 삼성전자와 협업에도 불구하고 확장현실 기기를 개발하는 다른 내부 조직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 증강현실 사업 혼란에 삼성전자와 협력도 '흔들', 비전프로 추격 멀었다

▲ 구글이 내부 혼란을 정리하지 않으면 삼성전자 등 협력사와 증강현실 개발 협업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이 '비전프로'를 공개하고 구체적 발매 시일까지 제시한 것과 대조되는 모양새다. 사진은 6월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세계 개발자회의(WWDC)에 공개된 비전프로 착용 모습. <연합뉴스>

제품을 개발하는 조직이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아 한정된 개발 자원을 두고 경쟁이 벌어져 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글의 한 현직 직원은 비즈니스인사이더를 통해 “개발팀이 난립해 혼란스럽다”고 평가했다.

구글 내 증강현실 기기 개발팀이 복수로 운영되면서 삼성전자와 기술 공유 문제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의 사업 전략에 정통한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삼성전자는 구글의 다른 증강현실 기기 개발팀과 증강현실 기술을 공유하지 않을 것으로 전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자사 기술을 활용해 구글이 경쟁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6월5일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를 통해 높은 완성도의 비전프로를 공개했다. 2024년 연초라는 구체적 발매 시기까지 못박았다. 

반대로 구글과 삼성전자는 현재의 증강현실 기기 개발 정도로는 비전프로와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해 제품 출시를 2024년 여름으로 1년 늦췄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개발 시간이 1년 늘어났다고 해서 소비자를 놀라게 할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구글의 일부 직원들 분위기를 함께 전했다.

구글이 내부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시급히 정리하지 않는 한 애플 비전프로를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를 모두 직접 수행해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기업이다. 전용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와 최적화시켜 비전프로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예상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러한 애플과 경쟁할 만한 제품을 만들려면 구글이 내부 조직을 단일화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일관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제품 방향성을 확실히 잡아야 삼성전자와 협업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