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엔비디아 AI 반도체 겨냥해 첨단 패키징 투자, TSMC 삼성전자와 경쟁

▲ 미국 인텔이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첨단 패키징 공장 시설 투자를 확대한다. 인텔 반도체공장 내부 사진. <인텔>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핵심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파운드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고사양 반도체 패키징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과 공급 능력을 앞세워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주를 독점한 TSMC를 뒤따라 해당 분야에서 수주 기회를 넓히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닛케이아시아는 23일 “인텔이 첨단 반도체 패키징 양산 능력을 2025년까지 현재의 4배 수준으로 키우려 하고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리더십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은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페낭에 첫 해외 패키징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동남아 지역에 해당 설비를 비롯해 모두 70억 달러(약 9조4천억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로빈 마틴 인텔 부사장은 말레이시아 공장이 인텔의 3D 반도체 패키징 공장 가운데 최대규모가 될 것이라며 아마존과 미국 정부를 이미 고객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인텔이 직접 설계해 생산하는 차기 CPU 신제품에도 해당 설비가 활용된다.

반도체 패키징은 중앙연산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주요 시스템반도체, 메모리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조립해 반도체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전까지는 반도체 업계에서 비교적 중요성이 낮은 기술로 인식되어 왔지만 올해 초부터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이 확산되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 연산과 데이터 학습에 필요한 반도체의 성능에 패키징 기술이 큰 변수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대만 TSMC는 이러한 패키징 기술력이 주요 경쟁사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앞세워 엔비디아 H100과 A100 등 주요 인공지능 반도체 상품의 위탁생산을 독점하고 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가 전 세계 IT업계에서 폭발적인 수요 증가세를 보이며 자연히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지배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인텔 입장에서는 TSMC와 맞서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첨단 패키징 기술과 공급 능력을 모두 확보해야만 한다.

TSMC는 첨단 인공지능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우위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최근 대만에 29억 달러(약 3조9천억 원) 규모 신규 패키징 공장 투자를 발표했다.

인텔도 이를 뒤따라 패키징 공급 능력을 현재의 4배로 늘리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앞세우며 대규모 시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엔비디아 H100은 TSMC의 고성능 패키징을 활용해 챗GPT와 같은 서비스에 필요한 연산 능력을 구현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전반적인 성능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첨단 반도체 패키징 시장 규모는 지난해 443억 달러(약 59조 원)로 집계됐는데 2028년에는 786억 달러(약 105조 원)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시장 조사기관 욜인텔리전스의 이러한 분석 결과를 전하며 인텔도 다양한 고객사에 이러한 패키징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텔 엔비디아 AI 반도체 겨냥해 첨단 패키징 투자, TSMC 삼성전자와 경쟁

▲ TSMC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홍보용 이미지. < TSMC >

인텔은 오래 전부터 반도체 개발과 생산, 패키징과 테스트 등 여러 공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춰 기술적으로 충분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패키징 공급 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TSMC에 맞서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고성능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대만에서 열린 IT박람회에 참석해 인텔 파운드리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 초반 테스트 결과가 긍정적이라는 발언을 내놓은 적이 있다.

TSMC가 패키징 공급 능력에 한계를 맞아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맞고 있는 만큼 인텔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인텔은 2나노 등 파운드리에 활용되는 첨단 미세공정 기술에서도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파운드리 공장 시설 투자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다.

당분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지능 반도체시장이 TSMC와 인텔의 양강체제로 굳어진다면 이들을 경쟁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자연히 파운드리 사업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반도체에 활용되는 첨단 미세공정 기술력과 HBM 등 고사양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는 유일한 파운드리 기업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도 TSMC와 인텔에 견줄 만한 고사양 패키징 기술과 공급 능력을 모두 갖춰낸다면 이들과 경쟁에서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컨퍼런스콜을 통해 “차세대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전담사업팀을 통해 첨단 패키징 개발과 양산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