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특성화고등학교, 예전의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의 수는 9명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최윤호 삼성 SDI 대표이사,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있으며 , 금융권 CEO 가운데서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윤종규 회장은 상고 출신 말단 행원으로 외환은행에 입사를 해서 주경야독으로 야간 대학을 마치고 공인회계사에 합격한 뒤 이듬해에는 행정고시까지 통과했다. ‘공부의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르기까지 과정도 굉장히 특별하다.
회계사 합격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하다 2002년 국민은행에 영입됐다. 이후 회계처리 소송으로 퇴사를 했다가 2010년 KB금융지주의 재무책임자로 돌아왔지만, 사내 파워게임에서 밀리면서 또다시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이후 2014년 KB금융지주의 세 번째 러브콜을 받고 회장으로 복귀했다. 두번이나 회사를 떠났던 사람이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회장 자리에 오른 윤 회장은 KB금융그룹을 만년 2위 금융그룹에서 업계 1위로 키워낸 주인공이 됐다. 이 과정에서 역대 KB금융지주 회장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과연 KB금융그룹을 리딩금융그룹으로 만든 윤 회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상고 출신’ 성공스토리의 주인공,
윤종규 회장의 리더십을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 절체절명의 KB금융을 구한 구원투수 윤종규의 ‘소통 경영’
2000년대에 kb금융그룹은 CEO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좋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역대 5명의 회장들이 모두 중징계를 받거나 임기 전에 자리를 내놨기 때문이다.
이 흑역사를 끊은 주인공이 바로
윤종규 회장이다.
윤종규 회장이 취임한 2014년 KB금융의 상황은 혼돈 그 자체였다. 국민은행 출신, 주택은행 출신들의 파벌싸움에 회장과 은행장 모두가 사퇴한 초유의 위기상황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윤 회장은 조직을 결속시키고 직원들의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소통 경영’이라는 무기를 꺼내들었다.
윤 회장은 직원들과의 공식적인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이동 중에도 KB금융 지점이 보이면 예고 없이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이어나갔다.
지금도
윤종규 회장은 직원들이 집무실에 오면 문 앞으로 먼저 나와서 맞아주고 보고가 끝나면 엘리베이터까지 직접 배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겸손함과 배려심이 몸에 배어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영업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즉각 반영해 업무환경을 뜯어 고치기도 했다. 영업 지원 창구를 단일화해서 승인에만 며칠씩 걸리던 업무를 반나절만에 가능하도록 개선한 것이다.
결국
윤종규 회장이 취임한지 1년도 되지 않아 KB금융지주는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 증가했으며 조직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 KB금융그룹을 리딩금융그룹으로 만든 윤종규 표 인수합병의 두 가지 비결
조직을 추스르는 데 성공한
윤종규 회장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국내 1위 금융지주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 국내 금융시장은 신한금융지주가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KB금융지주의 영업이익은 무려 9년 동안 신한금융지주에게 뒤처지고 있었다.
윤 회장은 업계 2위 손해보험사였던 LIG손해보험을 시작으로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었다.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다음 해에는 1조2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지출해 현대증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인수 금액이 너무 컸기 때문에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윤 회장은 모든 책임은 자기에게 있다며 인수를 밀고 갔다.
현대증권의 잠재력을 높게 본 윤 회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KB증권으로 변모한 현대증권은 현재 그룹 안에서 순익 2~3위를 다투는 복덩이가 됐으며 2017년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그룹의 자리에 올라서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윤 회장은 이후에도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서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까지 어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완성시켰다.
과연 3연타석 홈런을 터트린 M&A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첫번째는 바로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다.
윤종규 회장은 국내 최고의 재무 전문가로 꼽히는 회계사 출신 최고경영자다. 이런 탁월한 전문성이 M&A 승부처에서 최고의 무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의 인수 금액 역시 윤 회장이 적정가를 철저하게 계산한 뒤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코 무리한 금액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하고 분석한 덕분에 알짜회사를 품을 수 있었던 셈이다.
윤종규 회장 특유의 소통 경영 역시 인수합병에서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뒤 본사 16층부터 일일이 내려오면서 전 직원과 포옹, 악수를 나눴다. 이후에도 회사를 인수할 때마다 직원들과 꾸준히 대화를 이어나갔으며 그룹의 실적이 개선될 때마다 피인수기업의 직원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 KB금융, 디지털금융의 선두주자를 향해 도약한다
과감한 인수합병과 함께 KB금융의 위상을 더 끌어올린 또 하나의 무기는 바로 디지털 전환이다.
은행권 최초로 금융당국의 정식승인을 받은 KB금융의 알뜰폰 사업 리브M은 디지털과 결합해 은행의 신시장을 개척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리브M은 윤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은행은 고유의 업무가 아닌 사업을 할 수 없다. 윤 회장은 직접 금융당국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결국 리브M은 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디지털 전환을 위한
윤종규 회장의 뚝심은 곳곳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고객 밀착 금융서비스를 한 곳에 모은 KB스타금융 서비스는 시중 은행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KB국민인증서 역시 금융권 인증서 가운데 최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 3연임을 채우는
윤종규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윤 회장은 번지르한 말보다 직접 발로 뛰며 직원들의 마음을 열었고 먼저 공부하고 분석하면서 미래를 준비해 KB금융의 도약을 이끌 수 있었다.
앞으로 차기 회장이
윤종규 회장이 뿌린 씨앗을 어떻게 더 키워낼지 KB금융그룹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 / 출연 : 이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