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원래 NH농협은행에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알아보고 있었는데 판매를 중단한다고 해서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집값이 많이 내려갔고 또 50년 만기 주담대도 나오고 해서 대출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중에 갑자기 이 상품이 없어진다고 해서 마음이 급해졌다.
▲ NH농협은행에 이어 BNK경남은행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한 데 따라 은행들은 상품 판매의 실질적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데 소비자로서는 선택지가 하나 줄어드는 만큼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도 28일부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소비자가 고려할 수 있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선택지가 더욱 줄어들게 됐다.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을 포함한 모두 13곳 은행에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지만 상품 이용에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는 곳은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전북은행, 카카오뱅크 등 6곳뿐이다.
NH농협은행은 8월 말 50년 만기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혼합형)’의 판매를 중단한다.
Sh수협은행은 8월 말부터 만 34세 이하만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입조건을 추가하기로 했다. DGB대구은행은 조만간 나이 관련 가입조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이나 BNK부산은행, 광주은행 등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할 때부터 나이 제한을 걸어뒀다. 신한은행은 만 34세 이하, 부산은행은 만 39세 이하, 광주은행은 만 50세 이하 소비자에게만 50년 만기 주담대를 판매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꼽으면서 은행권에서 사실상 50년 만기 주담대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농협은행 등도 사실상 금융당국 눈치를 봐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은행들도 상황을 보다가 나이를 제한하는 등 방안을 검토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앞서 16일 ‘수출금융 종합지원’ 간담회에서 “일반 상식에 벗어나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없는지, 상환능력이 부족한 분들에게 과잉 대출을 하고 있지 않은지 신중하게 살펴봐 달라”며 사실상 은행권에 50년 만기 주담대 운영을 살펴볼 것을 요구했다.
그는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에 나이 제한을 두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에 나이 제한이 생기는 등 이유로 대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만큼 ‘막차’를 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 5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변동금리는 22일 기준 연 4.05~6.067% 사이에서 책정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어 있는 주담대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주담대는 만기가 길어지면 그만큼 전체 상환금에서 차지하는 이자 규모도 커지지만 매달 내야하는 원리금 상환액은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담대 평균 상환기간은 7년 정도인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차주에 따라 만기가 긴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
5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변동금리는 이날 기준으로 연 4.05~6.067% 사이에서 책정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신규코픽스 기준으로 연 4.32~5.72%다. 신한은행은 신규코픽스 기준으로 주담대 금리를 연 4.31~5.62%로 책정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연 5.467~6.067%이고 우리은행은 연 4.46~5.66%다. NH농협은행은 신규 코픽스 기준으로 4.05~5.86%의 금리를 주담대에 적용하고 있다.
보통 기존 주담대와 50년 만기 주담대의 금리가 같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의 금리가 0.08~0.1%포인트 정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