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를 제외한 전업카드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모두 감소했다. 순이익이 72.7% 늘었다고 발표한 롯데카드도 자회사 매각에 따른 일회성 처분이익을 빼면 39.1% 줄어든 순이익을 거뒀다.
카드사들은 상반기 영업력보다 건전성 관리 역량에 따라 다른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전업카드사들의 상반기 영업수익이 모두 지난해보다 늘었음에도 현대카드를 제외한 카드사들은 이자비용과 대손비용 등이 늘어 지난해보다 쪼그라든 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순이익은 영업비용 뿐만 아니라 대손비용, 대손충당금전입액 등을 제외하고 집계돼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에도 영향을 받는다.
현대카드의 상반기 대손상각비는 지난해와 비교해 18.4% 감소했다. 상반기 순이익 감소폭 8%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은 삼성카드조차 같은 기간 대손상각비는 189% 가량 늘었다.
연체율도 낮았다. 총 연체율은 0.82%로 지난해보다 0.17%포인트 줄어들어 1% 이하를 유지했다.
현대카드의 건전성관리를 통한 '나홀로' 성장은 정태영 대표이사 부회장의 위기관리 역량이 빛을 발한 것으로 여겨진다.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입을 모아 올해 업계의 위기를 진단하고 위기 극복 방안으로 내실 경영을 강조했다. 지난해 내내 가파르게 오른 기준금리에 올해 조달비용 증가와 연체율 상승 문제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정 부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화려함보다 기초와 본질에 충실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무리한 성장보다 내실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7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올해를 두고 “금융위기 준하는 전시체제”라며 “전선에 적군이 보이면 전투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전시와 다름없고 그런 의미에서 현대카드는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금융위기가 왔다고 보고 움직였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이처럼 위기관리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가 가진 경험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업카드사 CEO 가운데 유일하게 2003년 ‘카드대란’을 수습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는 7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2003년 현대카드 부사장으로 선임된 뒤 “한 달 만에 ‘카드대란’이 터져 꼬박 2년 동안 사태를 수습했다”며 당시 경험을 떠올리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이후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3년 저축은행 사태 등을 겪은 만큼 더욱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사진은 애플페이 사용 화면. <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앞으로도 건전성 관리와 함께 현대카드 상반기 순이익 상승을 이끈 ‘애플페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하반기에도 외형 키우기’보다는 ‘내실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최근 자체 페이지를 통해서도 “부실 위험이 대두되는 상황 속에서 덩치 키우기 및 보여주기에만 집착하면 카드 대란과 같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현대카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덩치 키우기가 아닌 건전성에 초점을 맞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내실 경영을 강조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