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사진)이 특별복권으로 경영활동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내보였으나 시민단체에서 이 전 회장의 불법행위에 대해 비판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광복절 특별복권 대상자에 이름을 올리면서 경영에 복귀할 기회를 맞았다.
이 전 회장도 복권 소감으로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경영 활동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이 전 회장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 금융계열사를 이용해 골프장 회원권 매입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이들의 반발이 커진다면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가 순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15일 금융업계 안팎에 따르면 이날 이 전 회장이 2023년 광복절 특별복권으로 취업 제한에서 벗어났지만 당장 경영일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법인세 포탈 등 혐의로 2019년 징역 3년을 확정받은 뒤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이 끝난 뒤 5년 동안 임원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규정에 의해 이 전 회장은 경영에 복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 전 회장을 ‘경제위기 극복 및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이유로 특별복권 대상자에 선정하면서 경영 복귀를 위한 길이 열렸다.
이 전 회장도 특별복권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의 조치에 화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회장은 14일 태광그룹을 통해 “지속적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국가 발전에 힘을 보태고 경제 활성화 이바지로 국민 여러분과 정부의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회장이 흥국생명, 흥국화재 등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의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경영 활동을 본격화하기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를 이용해 불법행위를 했다고 시민단체들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 전 회장의 경영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시민단체에서도 이에 대응해 반발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시민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 7곳은 4월17일 이 전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협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서도 7월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은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를 둘러싼 문제들 때문에 이들 회사의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전적으로 맡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합뉴스> |
이들 단체는 이 전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장인 휘슬링락CC의 회원권 매입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시민단체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전 회장이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의 경영현안을 직접 챙기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6월 흥국생명 임직원과 소속 설계사들의 불법영업행위가 적발됐는데도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설립이 진행됐다고 비판하고 있어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와 관련된 문제들이 다가오는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층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의 경영을 전적으로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흥국생명은 한국은행 출신 임형준 대표이사, 흥국화재는 언론계 출신 임규준 대표이사가 각각 맡고 있다.
임형준 대표와 임규준 대표가 지난해 2월 두 회사의 대표로 내정됐을 때 취업 제한에 걸려 경영일선에 나서지 못하는 이 전 회장이 금융당국과의 관계개선과 기업 이미지 개선에서 성과를 기대해 이들을 골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외부노출을 꺼려 ‘은둔의 경영자’, ‘얼굴 없는 경영자’라는 불리는 경영자다. 그룹 경영면에서 공격적이고 강력한 추진력을 가졌다는 평을 듣는다.
이 전 회장은 올해 6월 말 기준 흥국생명의 지분 56.3%를 쥔 최대주주다. 흥국생명은 흥국화재, 예가람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 등을 지배하고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