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3-08-15 06: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통신시장 만년 3위라는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히든카드로 ‘전기차 충전소’를 꺼내들었다.
전기차 충전시장의 성장성은 높은 데 반해 아직 국내에는 확실한 선두주자가 없는 만큼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 LG유플러스가 3위 통신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사진은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 LG유플러스 >
LG유플러스는 LG이노베이션, LG전자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전기차 충전사업에서 차별화된 강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의 합작법인 설립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이 이르면 8월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올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와 각각 250억 원씩 출자해 500억 원 규모의 합작 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G유플러스가 합작법인 지분의 50%+1주를 취득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나머지 지분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설립된다.
황현식 사장은 6월30일 카카오모빌리티와 합작투자 계약체결 뒤 “우선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이 가장 시급한 영역으로 꼽히고 있는 공동주택 시장에 집중해 서비스 커버리지를 신속하게 확보하고 고객경험 혁신을 통해 고객 로열티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3위 통신사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탈통신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전기차 충전사업은 LG유플러스 신사업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충전사업은 전망이 매우 밝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충전 시장은 2023년 550억 달러(약 72조 원)에서 2030년 3250억 달러(472조 원가량)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도 급격한 성장이 예견돼 있다.
2022년 기준 국내 전기차 대수는 39만 대에 불과한데 2030년에는 42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이에 대응해 2030년까지 123만 대 이상의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 전기차 충전시장은 아직 확실한 선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인 만큼 빠르게 진입할수록 유리하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초 전기차 충전 서비스 ‘볼트업’을 선보였고 LG헬로비전이 진행하던 전기차 충전 서비스 ‘헬로플러그인’까지 인수하며 전기차 플랫폼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을 잡아 플랫폼 운영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오른쪽)와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2023년 6월30일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전기차 충전사업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LG유플러스는 전기차 충전소 구축, 운영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LG유플러스는 엘리베이터TV 기업 포커스미디어와 손잡고 포커스미디어 엘리베이터TV가 설치된 대단지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올해 1만 대, 2026년까지 5만 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G유플러스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정부(한국전력공사 포함)에 이어 국내 2위 전기차 충전소 사업자에 오르게 된다.
권용현 LG유플러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8일에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LG유플러스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제외한 구축, 운영, 과금, 영업 등 기타 가치 창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전국의 공동주택 완속충전시장을 중심으로 향후 급속충전시장으로 확대해 3년 내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 톱3 사업자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LG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도 기대된다.
LG그룹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기를 만드는 LG전자가 있다.
LG전자는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애플망고를 인수하고 ‘하이비차저’로 이름을 바꾼 뒤 본격적으로 자체 충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신속 배터리 진단 시스템을 만드는 ‘민테크’, 인공지능 기반 고장예지 솔루션 기업 원프레딕트에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LG전자가 생산한 전기차 충전기로 LG유플러스가 충전소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셈이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전기차 충전소의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은 컨버터 등 충전용 부품을 제작한다.
이와 같은 시너지는 SK텔레콤, KT와 같은 다른 통신사들이 갖출 수 없는 차별화된 장점으로 꼽힌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차 충전 조인트벤처(JV)를 체결했는데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의 계열사와 시너지 발생이 기대된다”며 “LG유플러스는 안정적인 통신업의 바탕에서 장기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