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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롯데그룹이 계열사 간 지분 거래를 통해 사업부문 별로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순환출자 해소 차원이라 밝혔지만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22일 일제히 지분거래를 공시했다. 거래금액만 모두 2507억 원에 이른다.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등 계열사 6곳은 다른 계열사들로부터 지분을 사들여 각각의 사업부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롯데그룹의 사업부문은 크게 레저 및 건설, 유통 및 물류, 석유화학, 식음료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사업부문별 핵심 계열사는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제과가 꼽힌다.
호텔롯데는 롯데역사, 롯데닷컴, 롯데푸드, 한국후지필름, 롯데리아 등 5개 계열사가 보유한 롯데건설 지분 전량(4%)을 875억 원에 사들였다. 부산롯데호텔은 바이더웨이가 보유했던 호텔롯데 지분 전량(0.6%)을 431억 원에 매입했다.
이로써 호텔롯데와 일본 롯데홀딩스는 레저 및 건설부문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최대주주다. 또 롯데역사를 포함한 5개 계열사들은 롯데건설 보유 지분 전량을 호텔롯데에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상당 부분 끊어냈다.
롯데쇼핑은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푸드, 대홍기획,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 등 6개 계열사가 보유한 롯데상사 지분(12.7%)을 430억 원에 매입했다. 롯데쇼핑은 이 거래로 롯데상사 지분율을 15%에서 27.7%까지 늘리면서 2대주주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롯데상사 최대주주는 호텔롯데로 3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대홍기획과 롯데리아로부터 328억 원 상당의 롯데알미늄 지분(5.1%)을 사들이면서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롯데케미칼(13.2%)에 이어 호텔롯데(13%)와 롯데쇼핑(12%)이 롯데알미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롯데카드가 보유한 롯데칠성음료 지분 전량(1.5%)을,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상사가 보유한 롯데리아 지분 전량(0.9%)을 사들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분 거래에 대해 “매각사는 자금조달 목적으로, 매입사는 투자 목적으로 실시했다”며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통한 지분구조 단순화 차원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오는 25일부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에 발맞춰 이뤄진 거래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를 합병하는 등 여러 경영상의 이유로 의도하지 않게 다수의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됐다”며 “이번 거래를 통해 복잡했던 계열사 간 순환출자구조는 상당부분 간소화될 것이며 앞으로도 지분구조를 계속 단순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거래가 후계구도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재계에서 이번 거래가 포스트 신격호 체제를 대비하려는 움직임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사회적 비판 여론과 롯데홈쇼핑 비리 사건 등이 롯데그룹을 전향적으로 바뀌게 하고 있다”며 “그룹 지배구조를 정비해 투명한 출자구조를 만들어 승계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향후 지분거래를 통한 지배구조 정리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번 거래를 통해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에 돌입했다는 관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계열사간 지분거래가 사업부문 별로 지배구조를 정비하는 교통정리식의 거래가 되면서 포스트 신격호 체제에서 계열분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통 및 물류, 석유화학, 금융 부문 등을 맡고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롯데와 함께 한국 롯데그룹의 호텔 및 건설, 식음료 부문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