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하 SK스퀘어 대표이사 사장은 11번가와 콘텐츠웨이브 등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혹은 지분매각을 두고 저울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가 최근 2천억 원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며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데 향후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을 이어갈 것이라 분석이 나온다.
SK스퀘어는 9일 SK쉴더스 지분 매각대금 8600억 원 가운데 2천억 원을 곧바로 자사주 매입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자사주 매입 규모는 SK스퀘어 발행주식총수의 약 3.16%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2천억 원은 SK쉴더스 매각 대금 중 7월20일에 입금된 4100억 원의 절반에 가다”며 “2년 안에 추가로 입금될 4500억 가운데 일부도 주주환원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SK스퀘어는 주주환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고 못하고 있다.
SK스퀘어 시가총액은 11일 종가 기준 6조5천억 원으로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은 70%에 이른다. 이는 국내 지주사들의 평균 할인율인 50%대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현저히 저평가돼 있는 것이다.
SK스퀘어는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투자성과를 입증하거나 지속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이와 같은 자금을 마련하려면 추가적인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나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
SK스퀘어가 세운 계획에 따르면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는 올해 9월까지 상장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11번가는 2018년 9월 SK플래닛에서 분사하면서 국민연금·새마을금고·H&Q코리아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지분 18.2%를 매각하고 5천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때 5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한다는 약정이 있었다.
만일 약속한 기간에 상장하는 데 실패하면 5천억 원 투자금에 연 8% 이자를 더해 상환해야 한다.
▲ 증권가에서는 11번가가 2023년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11번가는 2022년 15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늪’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안에 상장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를 지나며 높아진 기저 때문에 이커머스 성장이 다소 둔화하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상장이 올해 초 지연되거나 취소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11번가의 상장예비심사 절차 일정 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SK스퀘어가 11번가에 투자한 자금을 기업공개 대신 지분 매각 방식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투자업계에서는 싱가포르 이커머스기업 ‘큐텐’이 11번가 지분 인수 의향을 밝혔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큐텐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국내 이커머스 3곳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다만 SK스퀘어와 11번가 측은 큐텐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다.
SK스퀘어는 또 다른 자회사 콘텐츠웨이브와 티맵모빌리티를 두고도 상장 혹은 지분 매각 두 가지 방안을 계속 저울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는 투자자들과 콘텐츠웨이브는 2024년 11월, 티맵모빌리티는 2025년까지 기업공개를 한다는 약정을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SK스퀘어는 2019년 콘텐츠웨이브 상장을 조건으로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프라이빗에쿼티(PE)를 상대로 2천억 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만약 2024년 11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전환사채 상환에 대응해야 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스퀘어가 보유한 티맵모빌리티, 11번가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상장을 하기에는 적자와 함께 이머커스업체 상장에 불리한 증시 환경이 걸림돌”이라며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의 인수합병(M&A),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 위해 지분 매각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