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경영권 승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좌)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우).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아들이 롯데제과 주식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고령인 탓에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시점에서 ‘일본 롯데는 형님이, 한국 롯데는 아우가 맡아 경영한다’는 기존 지배구조의 재편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제과 주식 522주를 약 10억원에 추가 취득했다고 지난달 29일 롯데제과는 공시했다. 신 부회장의 롯데제과 주식 매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8월부터 롯데제과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이번 추가 매입으로 3.48%였던 지분율을 현재 3.73%로 끌어올렸다. 롯데제과 최대주주는 신 총괄회장(6.83%)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5.34%)과 신 부회장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 늘리기에 대해 “롯데제과가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신 부회장의 지분 매입도 투자에 목적을 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롯데제과 지분을 몇 퍼센트 늘렸다고 해서 전체 지분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 부회장의 ‘투자’가 지난 해 6월 동생 신 회장이 롯데제과의 지분율을 대폭 늘린 지 두 달 후부터 본격화됐고, 신 부회장이 한국 롯데 계열사 중 유독 롯데제과 주식만을 사들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 경쟁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해 6월 신 회장은 롯데쇼핑-롯데미도파 합병에 따른 상호출자 해소를 위해 롯데제과 주식 6,500주를 매입했고 지분율은 4.88%에서 5.34%로 0.46%포인트 증가했다. 이후 신 부회장도 롯데제과 주식 매입에 나서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분 늘리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롯데의 경영권 승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롯데제과를 놓고 형제간 지분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띠면서 ‘일본 롯데는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맡아 경영한다’는 기존 시나리오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일본과 한국이 아닌 ‘제과 및 식품군’과 ‘유통 및 제조군’으로 롯데가 양분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해석은 이미 한국 롯데가 진출해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일본 롯데가 제과사업을 확장하면서부터 나왔다. 지난 해 7월 신 부회장은 태국 초콜릿과자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일본에서 태어난 롯데과자를 해외로 진출시키는 것이 일본 롯데의 역할”이라며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가 해외 진출 시 철저히 지역을 나눠 왔던 ‘분업’의 룰을 깨뜨렸다. 이에 대해 일본 매체 니혼게이자이는 신 부회장의 발언이 "한국 롯데와 경쟁한다는 뜻을 드러낸 발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신 부회장이 롯데제과 지분을 늘려나간다면 향후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롯데제과는 롯데푸드, 롯데칠성 지분을 각각 9.32%, 17.7% 보유한 최대주주로, 한국 롯데의 주요 식음료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롯데제과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핵심 연결 고리로 지주회사격인 롯데쇼핑, 호텔롯데과 함께 한국 롯데그룹의 중심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격인 롯데쇼핑 지분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은 롯데제과의 4배가 넘어 롯데제과 주식을 사는 편이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다. 또 롯데제과가 롯데쇼핑 지분의 7.86%를 출자하고 있어 롯데제과 주식을 사면 간접적으로 롯데쇼핑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다. 롯데쇼핑의 최대주주는 한국 롯데 신 회장(13.46%)으로 일본 롯데 신 부회장(13.45%)은 동생에 비해 근소한 차로 뒤져있다.


비상장 계열사인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다. 다른 계열사들이 순환출자로 복잡하게 연결된 것과 달리 호텔롯데는 출자 받은 계열사가 없고 롯데쇼핑 8.83%, 롯데제과 3.2%, 롯데건설 38.34% 등 30여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2%)인데 신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한국 롯데의 지배권은 일본 롯데에 있고, 일본 롯데의 핵심인 롯데홀딩스에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신 부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롯데그룹 전체의 후계 구도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롯데홀딩스의 구체적인 지분 보유 현황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신 회장도 롯데홀딩스의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어 신 부회장이 신 회장에 비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롯데 측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 부회장이 맞다”면서도 신 회장이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에 대해서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의 지분 구조를 고려할 때 홀딩스 역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애매하게 답변하고 있다.

결국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인 신격호 총괄회장, 시게마쓰 하츠코(신격호 회장의 둘째 부인) 등 다른 오너일가가 두 형제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한국과 일본 전체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의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