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대만에 2나노 파운드리 반도체공장 3곳 신설, '실리콘 방패' 강화 의지

▲ TSMC가 대만에 모두 3곳의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계획을 두고 있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건설 현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대만에 최소 3곳의 2나노 미세공정 기반 파운드리 생산공장을 신설하기로 하며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경쟁력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첨단 반도체 공장을 미국이 아닌 대만에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중국의 침공 위협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닛케이아시아는 10일 “TSMC가 대만 남부 가오슝에 건설하고 있는 공장에서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현재 2025년 양산을 목표로 대만 북부 신주과학단지에 2나노 전용 반도체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두 번째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정식으로 처음 발표한 셈이다. 

초기 시설투자에 들이는 금액은 60억 달러(약 7조9천억 원)으로 결정됐다. 다만 가오슝 공장에서 2나노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는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TSMC는 이미 세 번째 2나노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부지를 검토하는 절차도 밟고 있다. 대만 중북부에 위치한 타이중 지역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2나노 미세공정 기술은 TSMC가 2025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기술이다. 고성능 프로세서와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다수의 고객사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과 엔비디아 등 TSMC의 최대 고객사들은 이미 2나노 공정으로 반도체 시범 생산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2나노 반도체 생산설비에 이처럼 공격적으로 투자 속도를 높이는 것은 이러한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에 초반부터 적극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특히 가오슝 공장은 당초 레거시(구형) 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이 들어설 것으로 예정됐던 지역인데 TSMC가 최근 계획을 대대적으로 변경하며 2나노 반도체 생산이 추진되고 있다.

TSMC가 그만큼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나노 공정은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굳건한 입지를 지키고 있던 TSMC가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며 본격적인 시험대에 놓이는 계기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 역시 2025년 2나노 반도체 양산 계획을 내놓았고 ‘다크호스’로 꼽히는 인텔도 2024년부터 2나노 기술을 파운드리에 활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TSMC가 이들과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선제적으로 충분한 공급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고객사 수요를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3곳의 2나노 전용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이러한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

TSMC가 2나노 생산공장을 대만에 집중적으로 신설하는 일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정부는 TSMC가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해외에 반도체공장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을 두고 꾸준히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TSMC의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이 여러 국가에 분산되면 대만의 ‘실리콘 방패’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TSMC 대만에 2나노 파운드리 반도체공장 3곳 신설, '실리콘 방패' 강화 의지

▲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 TSMC >

실리콘 방패는 대만이 반도체 경쟁력을 무기로 삼아 미국의 군사적 도움을 받고 중국의 침공 위험을 낮추는 상황을 의미한다.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공급망에서 가장 큰 입지를 차지하는 TSMC의 대만 내 반도체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미국과 중국 모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TSMC가 미국 공장 등에서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충분히 생산할 능력을 갖춰낸다면 미국이 대만을 수호할 필요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따라서 중국의 침공 위협도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대만 정부는 이런 가능성을 고려해 TSMC가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과 연구소를 모두 대만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보여 왔다.

따라서 TSMC가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공장을 대만에 집중적으로 신설하고 있는 것은 대만 정부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 선택지라고 볼 수도 있다.

장중머우 TSMC 창업자 등 주요 관계자도 최근 대만의 TSMC 반도체 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해 첨단 기술 역량이 대만에 남아있도록 하겠다는 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TSMC가 2나노 반도체 생산공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인텔 등 기업도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를 앞당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아시아는 “2나노 반도체는 인공지능과 같은 영역에서 강력한 수요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현재 가장 앞선 3나노 공정보다 반도체 연산 성능을 최대 15% 높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