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대규모 수주 비결, 이재용과 존 림 글로벌 영업에 ESG ‘화룡점정’

▲ 삼성바이오로직스 올해 신규 수주 규모가 이미 2조 원을 넘어섰다. 작년 1조8천억이었는데 대폭 증가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근래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일감을 연달아 수주하며 성장 폭을 넓히는 중이다. 작년 약 1조8천억 원이었던 신규 수주가 올해는 이미 2조 원을 넘겼다. 

위탁개발생산(CDMO)기업이 수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 각국에서의 규제 대응능력 등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모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1위를 자부하는 부분이다. 
 
이런 경쟁력을 고객사에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바탕을 둔 영업이 필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 림 대표이사 사장뿐 아니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까지 동참하는 세계적 영업을 통해 대형 고객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선제적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대규모 수주 비결, 이재용과 존 림 글로벌 영업에 ESG ‘화룡점정’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영업을 주도하며 의약품 위탁생산 수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존 림 사장은 CEO와 글로벌영업센터장 겸직이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초유의 체제에 대한 우려를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로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존 림 사장은 현재 영업 수장인 글로벌영업센터장을 겸임하며 위탁생산 수주 전선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까지 글로벌영업센터장을 맡고 있던 제임스 박 전 부사장이 올해 초 GC셀로 자리를 옮기면서 발생한 공백을 직접 메운 것이다. 

성과는 놀라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월 화이자와 노바티스로부터 합계 1조7천억 원에 이르는 계약을 따내며 전체 수주 규모를 2조3천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국내 대형 제약사의 1년 매출을 능가하는 일감을 한 번에 확보한 것이다. 

이런 수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닌 세계 1위 수준의 생산 역량 이외에도 존 림 사장이 보유한 제약바이오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처음 합류하기 전 야마노우치제약(현재 아스텔라스), 제넨텍, 로슈 등 여러 기업을 거치며 풍부한 경험과 탄탄한 인맥을 쌓았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바이오사업의 영역 확대에 관심이 크다. 그룹 수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8공장을 비롯한 제2 바이오캠퍼스 조성에 향후 10년 동안 7조5천억 원을 투입한다.

이 회장의 바이오 조력은 대규모 투자 결정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해외에 알리는 데도 힘을 보탰다. 올해 5월 한국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해 현지 제약바이오기업 대표들과 회동하고 바이오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발굴 등을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일감에 관해서도 긴밀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 대규모 수주 비결, 이재용과 존 림 글로벌 영업에 ESG ‘화룡점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이 회장이 2021년 11월 미국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본사를 찾아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과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전자>


이 회장은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미국법인 직원들을 만나 “과감하고 끈기있는 도전이 승패를 가른다”며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격려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바이오사업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중시하는 ESG경영 역시 수주 확대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구 온난화 예방에 기여하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친환경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탄소 저감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의 기후변화 대응 요구에 따라가지 못할 경우 CDMO 수주 우선순위가 낮아져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예상이다.

반대로 말하면 CDMO 분야의 친환경을 선도하는 기업은 충분한 사업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참여하는 영국 왕실 주도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 SMI(지속가능시장계획위원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SMI에서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머크, 노보노디스크, 로슈, 사노피 등 대형 제약바이오기업들과 탄소 저감을 위한 공동행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들 중 CDMO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뿐이다. 

SMI 참가 기업들에서 CDMO 수요가 발생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혜를 볼 공산이 크다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실제로 SMI 멤버 중 하나인 GSK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맺었던 위탁생산 계약 규모를 올해 초 기존보다 수백억 원 증액하며 삼성의 수주 실적에 톡톡히 기여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