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새마을금고의 박차훈 회장 리스크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박차훈 중앙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범죄사실은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구속은 면했지만 기소 가능성은 높아진 것이어서 새마을금고는 한동안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박차훈 구속은 면했지만 기소 가능성 여전, 새마을금고 수장 리스크 부담

▲ 새마을금고가 오너리스크 장기화 국면에 돌입했다.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이 8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의 구속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기소 가능성은 한 층 더 높아졌다.

서울 동부지방법원은 전날 박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범죄사실이 상당 부분 소명됐다”면서도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회장이 저지른 범죄사실이 검찰에 의해 상당 부분 증명된 만큼 박 회장의 방어권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기소가능성이 사실상 100%에 가까워진 것이다.

검찰이 법원 결정에 반발하며 수사를 이어나갈 뜻을 내보였기 때문에 박 회장의 구속 가능성을 완벽히 배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동부지검은 영장 기각 뒤 입장문을 통해 “징역 10년 이상의 중범죄고 증거인멸을 시도해 수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점이 확인됐다”며 “그럼에도 법원이 증거인멸 관련 판단을 하지 않고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은 새마을금고 직원도 구속기소돼 최근 실형이 선고된 것과 균형이 맞지도 않으며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영장 재청구 검토는 원론적 이야기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기소 가능성은 높아졌고 구속이 되지 않더라도 불구속 기소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박 회장은 결국 다음 단계의 검찰수사에 온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게 됐다. 새마을금고가 한동안 실질적 리더십 없이 경영을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부는 검찰이 박 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한 시점부터 새마을금고 경영공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전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마을금고 내 비상경영관리 지원조직 설치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부회장의 회장대행 체제를 돕는다는 것이다.

물론 박 회장은 올해 들어 새마을금고에서 터진 문제와 관련해 한 번도 먼저 나서서 사태를 수습한 적은 없다. 기소되더라도 대행체제만 잘 운영된다면 지금과 차이가 없을 수 있는 셈이다.

새마을금고에서는 올해 들어 대구 지역 금고를 중심으로 불거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우려와 중앙회 사모펀드출자과정 리베이트 의혹, 예금인출사태 등 숱한 사건이 벌어졌다.

박 회장이 이와 관련해 의견을 내놓은 것은 창립60주년 기념일인 5월25일 SBS 한 프로에 출연해 원론적 의견을 전달한 것이 전부다. 당시 대구지역 금고를 중심으로 불거진 부동산PF 문제도 사그라든 상태였다.

그는 이날 SBS 나이트라인에 출연해 “여신관리와 관련해 새마을금고 수장으로서 정말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철저히 지금 관리하고 있다”며 “여신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정부 주관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정책을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나온지 한 달 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문제가 불거지면서 예금인출 사태가 터졌다. 수습에 나선 것은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었고 박 회장을 비롯한 새마을금고중앙회 측 인사는 당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차훈 구속은 면했지만 기소 가능성 여전, 새마을금고 수장 리스크 부담

▲ 한창섭(왼쪽) 행정안전부 차관과 김주연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6일 서울의 새마을금고를 방문해 소비자 불안 안정을 목적으로 새마을금고 예금을 드는 모습.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사진 갈무리>

게다가 새마을금고 구조 특성상 박 회장 공백 자체만으로 지난달 초 뱅크런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개별 지역금고가 모여 세운 일종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곳인데다 중앙회장은 권한을 많이 내려놓은 비상근직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각 지역금고는 7월 초 빠진 자금을 만회하기 위해 8월 초부터 경쟁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올리며 자금유치 경쟁에 나섰다. 이날 기준 은행권 최고금리가 3.95%인 것과 달리 새마을금고 최고금리는 5.53%에 이른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주시하고 있다는 의견만 내놓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된 리스크가 아직은 없다는 이야기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