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친환경차 시장 '징검다리' 길어져, 전기차 주춤하고 하이브리드차 질주

▲ 올해 들어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세가 전기차를 압도하는 가운데 하반기 기존에 없었던 하이브리드 신차와 국내 대표 하이브리드차의 부분변경 모델이 출격을 앞두고 있어 하이브리드차의 기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차 싼타페 5세대 완전변경 모델. <현대차>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친환경차 시장 판세가 지난해 전기차로 점차 넘어가는 추세를 보였다가 올해 다시 하이브리드차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올해 누적판매에서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의 2배에 가까운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반기엔 기존에 없었던 하이브리드 신차와 국내 대표 하이브리드차의 부분변경 모델이 출격을 앞두고 있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징검다리'로 여겨지는 하이브리드차의 기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를 종합하면 올해 전기차에 친환경차 주도권을 내 줄 것으로 예상됐던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를 뛰어넘는 판매 성장률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7월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는 모두 17만6456대가 팔려 전년동기와 비교해 판매량이 39.6% 고속성장한 반면 전기차(9만3080대)는 같은 기간 10%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판매량을 해마다 크게 늘린 전기차가 2023년에는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지난해 전기차는 전년보다 63.8% 늘어난 16만4482대가 판매돼 같은 기간 14.3%의 성장률을 보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량(21만1304대)을 4만6822대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율이 전기차 증가율의 4배 가까이 되면서 1~7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판매량 격차는 8만3376대까지 벌어졌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기차의 2배 가까운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국내에서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는 데는 올해 정부 평균 전기차 보조금이 올해 680만 원으로 2020년 820만 원에서 줄어들었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차 충전 비용이 증가하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월간 전기차 판매량이 1만 대 이상 수준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소비자들 사이에 전기차 품질 관련 우려가 커진 영향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올해 2월 발표한 '2023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우려하는 요인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충전 소요 시간(4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전기 배터리 안전·기술문제(46%)와 충전 인프라 부족(42%), 비싼 가격(38%) 등이 뒤를 이었다.

아직 전기차에 익숙지 않은 국내 소비자들은 충전과 관련한 불편함과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를 갖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쏘렌토를 보유하고 있는 40대 직장인 A씨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다음차로 전기차를 고려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고 집 주변에 충전시설이 부족해 고민"이라며 "전기차 가격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카니발을 구입한 50대 직장인 B씨는 "가족용 차로 전기차를 살까도 고민했는데 화재 문제 등을 고려해 결국 내연기관 레저용(RV) 차량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품은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와 달리 외부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가격도 전기차보다 저렴하다. 투싼 하이브리드 모델은 동급의 전기차 아이오닉5과 비교해 시작가격이 2천만 원 가까이 낮다.

더욱이 한국딜로이트그룹의 조사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하이브리드차 선호도는 40%로 세계 주요국가 가운데 일본(48%)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시장 전기차 선호도 17%의 2배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국내 친환경차 시장 '징검다리' 길어져, 전기차 주춤하고 하이브리드차 질주

▲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 디자인 예상도. <유튜브 채널 '뉴욕맘모스' 캡처>

국내 판매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질주는 올해 하반기에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연비에 장점을 가진 차량인 만큼 국내에서 모델별로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은 몸집이 큰 차일수록 높게 나타난다.

일례로 그랜저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비중은 53.4%로 절반을 넘어서는 반면 아반떼는 해당 비중이 13.3%,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코나는 27.3%에 그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춘 중형급 이상의 브랜드 대표 차종의 신차 모델을 잇달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국내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찼던 쏘렌토의 부분변경(페이스트리프트) 모델을 8월 중순 출시한다.

쏘렌토는 올해 1~7월 누적 판매에서 기아 라인업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가장 많은 차종이자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65.2%)이 가장 높은 차종이기도 하다.

신형 쏘렌토는 전면부 디자인을 크게 변경했는데 가로형 헤드램프를 세로형으로 바꿔 달고 수직적 이미지를 강조한 시그니처 스타맵 라이팅 주간주행등(DRL)을 적용해 EV9과 패밀리룩을 이뤘다.

현대차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새로 내놓는 5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싼타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싼타페 역시 현대차 모델 가운데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차종이다.

신형 싼타페는 기존 1~4세대 모델에 적용됐던 곡선 형태에서 완전히 벗어나 상자 모양의 각진 디자인을 입는다.

국내 대표 중형 SUV 자리를 지켜오던 싼타페는 2020년 4세대 부분변경 모델부터 디자인 관련 혹평을 받으며 판매량이 크게 뒷걸음 친 바 있다. 디자인 기조를 완전히 바꾼 5세대 싼타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하이브리드 신차는 기존에 없었던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기아는 11월쯤 대형 RV(레저용 차량)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에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형 카니발은 신형 쏘렌토와 같이 세로형 헤드램프로 기아 패밀리룩을 입고 전면부 그릴에 다이아몬드 장식을 추가해 고급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니발은 올해 1~7월 국내 누적판매에서 기아 모델 가운데 1위, 전체 승용차 가운데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다.

지금까지 국산차종으로는 준대형급 이상의 RV 및 SUV 차량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된 적이 없었다. 올 연말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의 등장은 국내 친환경차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카니발은 해당 차급에서 현재 경쟁모델이 없고 고객 충성도가 높은 차량"이라며 "부분변경을 통해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되면 많은 고객들이 유입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